3년 버티다 500원 인상…"3개월간 손님 줄어 후회도"
"원조김밥이 4500원?…차라리 편의점 삼각김밥"

#.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분식집을 찾은 직장인 오모씨(28)는 김밥 한 줄과 라면 한 그릇을 주문하고 총 1만2000원을 결제했다. 오씨는 "일반 김밥인데도 가격 4500원이나 돼 놀랐다"며 "점심을 간단히 해결할 때는 분식집에 가느니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컵라면을 먹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 서민 음식인 김밥 가격이 비싸졌다. 쌀과 계란, 김 등 주요 재료 가격에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까지 커지면서다. 소비자들은 간단한 한 끼에도 적지 않은 돈을 써야 한다며 부담을 호소하고, 영세 자영업자들은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줄어든다고 토로한다.
24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지역 김밥 한 줄의 평균 가격은 3838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5.9% 올랐다. 같은 기간 △삼겹살(4.3%) △칼국수(3.6%) △냉면(2.8%) 등 주요 외식 품목과 비교해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김밥 가격을 끌어올린 주요 원인으로는 재료비 상승이 꼽힌다. 김밥에 들어가는 쌀과 계란, 김 등 농축수산물 가격이 잇따라 오르면서 한 줄을 만드는 데 드는 원가 자체가 높아졌다.
가격 인상의 부담은 김밥을 판매하는 자영업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김밥·분식업은 일부 프랜차이즈를 제외하면 영세 자영업자가 비교적 많이 종사하는 업종이다. 재료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줄어드는 상황이 이어진다.
서울 종로구에서 23년째 김밥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3년 동안 가격을 유지하다 8개월 전 결국 김밥 가격을 500원 올렸다. 현재 김씨 가게의 기본 김밥 한 줄 가격은 4000원이다.
김씨는 "가격을 올리고 나서 3개월 정도 손님이 크게 줄어 후회하기도 했다"며 "그렇다고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밥에 들어가는 쌀과 계란, 김, 우엉 등 7가지 기본 재료 대부분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재료비와 월세, 인건비를 빼고 나면 한 줄 팔아 겨우 300~500원 남는다"고 설명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11년째 분식집을 운영하는 50대 최모씨도 비슷한 상황이다. 최씨는 "11년 전 장사를 시작할 때 김밥 가격은 2500원이었는데 지난해부턴 4000원에 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밥은 단체 주문이 많다 보니 500원만 가격을 올려도 3~4만원씩 더 지불하게 돼 소비자들도 가격 인상을 더 크게 체감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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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영세 자영업자 입장에서 김밥 가격 인상은 수익을 늘리기 위한 선택이라기보다 비용을 감당하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재료비와 인건비 등을 고려해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더 이상 사업을 유지하게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김밥은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라는 소비자 인식이 있어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을 올린다고 해서 판매자에 유리한 구조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