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거래 반년새 300조 돌파… SK하닉 관련상품 인기
"연동배수 커, 소폭 변동에도 강제 청산" 금감원 주의보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서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한국 주식과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무기한 선물'(perpetual futures)의 누적거래대금이 출시 6개월 만에 300조원을 넘어섰다. 최대 200배 레버리지가 가능한 고위험상품이다. 국내 단일종목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거래가 대책발표 이후 급감한 사이 수요가 무기한 선물로 옮겨가면서 또다른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웹3 리서치·컨설팅기업 타이거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주식·지수 기반 무기한 선물상품의 누적거래대금은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307조원에 달했다. 관련 상품이 출시된 지난 2월 거래대금이 1000억원 수준이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6개월 만에 급성장한 셈이다.
무기한 선물은 일반선물과 달리 정해진 만기 없이 거래할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투자자는 기초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가격 상승이나 하락에 투자할 수 있고 레버리지도 활용할 수 있다. 현재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무기한 선물은 기초자산 가격변동에 10배에서 최대 200배 연동된다.
그동안 가상자산을 기초로 한 상품이 주를 이뤘으나 올해 들어 한국 주식 관련 무기한 선물상품이 출시되면서 수요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수·ETF를 제외한 한국 개별주식 무기한 선물은 SK하이닉스·삼성전자·현대차 3개 종목을 중심으로 거래된다. 주요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11곳 기준 3개 종목 관련 상품의 누적거래대금은 지난 2월19일부터 8월8일까지 1760억달러(약 233조원)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 관련 상품 거래대금이 1610억달러(약 213조원)로 전체의 92%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단일종목레버리지 ETF 문제에 몰두한 사이 국내외 투자자들은 무기한 선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며 "국내가 아니더라도 SK하이닉스, 삼성전자를 10배, 20배 추종할 수 있어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단일종목레버리지 ETF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7월30일 금융당국이 보완대책을 발표하기 전 11조7000억원에서 시행 후 80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그 사이 24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국내규제를 받지 않는 해외 거래소에서 무기한 선물 시장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투자자 주의보를 내렸다. 고레버리지상품인 만큼 투자자 손실도 빠르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국 주가지수에 150배 연동된 상품은 주가지수가 장중 0.66%만 반대로 움직여도 투자금 전액이 강제청산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관련 고배율 무기한 선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투자자 보호 필요성이 커졌다"며 "가상자산이 아닌 주식·주가지수 ETF 상품의 경우 금융투자업 규제와 투자자 보호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