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덤블링 해도 병뚜껑은 못 열더라"…삼성의 '남다른 로봇' 전략

"백덤블링 해도 병뚜껑은 못 열더라"…삼성의 '남다른 로봇' 전략

김남이 기자, 김아영 기자
2026.10.2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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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작업 능력과 경제성 갖춘 로봇 개발에 집중...대규모 제조 기반 로봇 개발의 핵심 강점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 전망/그래픽=최헌정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 전망/그래픽=최헌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RX(Robotics eXperience)사업추진실을 직접 찾아 개발 현황을 점검하는 것은 로봇 사업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화려한 동작'보다는 '실제 작업 능력과 경제성'에 로봇 개발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체적으로 △제조 현장 기술 검증 △산업용 로봇 활용 범위 확장 △가정용 로봇 시장 진출이라는 타임라인을 구상하는 중이다.

2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7'에서 로봇을 주요 전시 콘텐츠로 내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로봇 기술력과 사업 전략을 대외적으로 보여줄 무대가 될 수 있다. 이 회장의 현장 점검을 계기로 로봇 기술의 공개 범위와 전시 방식 등이 구체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노태문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사장) 직속으로 RX사업추진실을 신설하고 로봇 사업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서울 우면동 서울R&D캠퍼스를 주요 거점으로 삼아 전문 인력을 영입하고, 사업화에 필요한 사무공간과 실험실 등 연구개발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로봇 기술은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8월 노 부문장이 참석한 내부 시연에서는 로봇이 카메라를 조작해 사진을 촬영하고 카드를 뽑는 동작 등을 선보였다. 물체의 형태와 두께에 따라 손가락의 움직임과 힘을 정교하게 조절해야 하는 작업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단순한 물체 집기를 넘어선 정밀 조작 기술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규모 제조 기반은 삼성전자가 보유한 강점이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 100개가 넘는 제품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제조 환경에서 로봇을 직접 활용하고 성능을 검증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우선 자사 생산현장에서 로봇의 작업 능력과 신뢰성을 검증하고, 실제 작업 데이터를 축적해 성능을 개선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산업용 로봇의 적용 범위를 넓힌 뒤 서비스·가정용 로봇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올해 상반기 휴머노이드 응용분야별 비중/그래픽=이지혜
올해 상반기 휴머노이드 응용분야별 비중/그래픽=이지혜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35년 휴머노이드 로봇의 연간 출하량이 65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24년 제시한 140만대의 약 4.6배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 산업현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의 활용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출하된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중 엔터테인먼트·공연과 데이터 수집·연구 용도가 60% 이상을 차지했다. 지능형 제조와 창고·물류 분야의 비중은 각각 13%, 5%에 그쳤다.

삼성전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로봇의 실제 작업 능력이다. 크리스 하우저 삼성전자 RX사업추진실 랩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삼성 AI 포럼 2026'에서 "로봇이 백덤블링은 할 수 있어도 물병 뚜껑은 열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봇의 전신 제어 기술이 발전했더라도 세밀한 조작 능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미다.

'로봇의 손'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사람의 힘줄처럼 케이블을 이용해 손가락을 움직이는 텐던(Tendon) 방식 등을 개발하며 정교한 동작과 힘 제어 기술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물체를 안정적으로 잡으면서도 손상되지 않도록 힘을 세밀하게 조절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경제성 확보 역시 과제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하드웨어 가격뿐 아니라 작업을 학습시키는 데 드는 비용과 유지·보수비도 상당하다. 아직은 사람을 고용하는 편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로봇 사업을 육성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그룹 내에 로봇의 핵심 부품인 카메라 모듈과 센싱, 배터리, 모터 등 관련 사업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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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이 기자

인간에 관한 어떤 일도 남의 일이 아니다. -테렌티우스-

김아영 기자

안녕하세요. 김아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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