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대금리 꼼수" 질타받은 은행들…이면엔 가계대출 총량규제 '역설'

"우대금리 꼼수" 질타받은 은행들…이면엔 가계대출 총량규제 '역설'

박소연 기자
2026.10.2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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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 주담대 취급 비중 줄이는 과정서 통계 착시 나타났을 가능성
가계대출 수요 낮추려 금리 높이는 은행들…금리 경쟁 실종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에서 민병덕 의원이 제시한 자료.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에서 민병덕 의원이 제시한 자료. /사진=유튜브 캡처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대출 공급을 줄여온 은행들이 국정감사에서 우대금리를 축소해 이자 부담을 키웠다는 질타를 받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대출상품별 취급 비중 변화가 전체 평균 우대금리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낮추는 대신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 인하 효과를 상쇄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1일 시행된 개정 은행법은 지급준비금과 예금자보험료 등의 대출금리 반영을 금지하고 보증기금 출연금은 대출 유형에 따라 일부 또는 전액 반영하지 못하도록 했다. 교육세율 인상분도 대출금리에 반영할 수 없도록 했다.

민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가산금리는 6월 3.42%에서 8월 3.34%로 0.08%포인트(P) 하락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우대금리는 1.96%에서 1.65%로 0.31%P 축소되면서 가산금리 인하 효과가 상쇄됐다는 지적이다.

NH농협은행의 경우 가산금리가 3.60%에서 3.34%로 0.26%P 낮아졌지만, 우대금리는 2.19%에서 1.58%로 0.61%P 축소됐다. 민 의원은 이에 따라 은행이 가져가는 금리 몫이 오히려 0.35%P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이같은 수치를 실제 우대금리 축소 규모로 해석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출상품별 취급 비중 변화가 전체 평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민병덕 의원실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해당 자료('은행별 가계대출금리 현황')의 구체적인 산출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은행권에서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다양한 가계대출 상품을 합산한 통계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담대는 다른 가계대출 상품보다 우대금리 적용 폭이 큰 편이다. 농협은행의 경우 6월말 기준으로 가계대출 잔액이 목표치 대비 5000억여원 초과했다가 총량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7~8월 동안 주담대 등 가계대출 취급을 크게 줄였다. 그 결과 7월 말과 8월 말에는 가계대출 증가액을 목표치 이내로 관리했다.

은행권에서는 이 과정에서 우대금리 적용 폭이 큰 주담대의 신규 취급 비중이 줄어 전체 평균 우대금리가 낮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농협은행은 해당 기간 대출상품의 우대금리 폭을 인위적으로 축소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령 주담대의 우대금리가 2.5%, 다른 가계대출의 우대금리가 0.5%로 유지되더라도 주담대 취급 비중이 80%에서 50%로 줄면 전체 평균 우대금리는 2.1%에서 1.5%로 0.6%P 하락한다. 개별 상품의 우대금리 조건에는 변화가 없어도 대출 구성만 달라지면 평균 할인 폭이 축소된 것처럼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밖에 일부 대출상품에서 우대금리를 조정한 은행의 경우도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총량관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실제 은행권에서는 가계대출 공급을 제한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규 수요를 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 금리 인상이 자주 활용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총량규제를 맞추기 위해 우대금리를 줄일 수밖에 없었단 얘기를 여당 의원 앞에서 할 순 없지 않았겠나"라며 "금리를 조정하는 건 수익성 때문도 있지만 수요 관리 측면이 굉장히 큰데, 그런 얘길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라는 정책적 요구와 대출금리를 낮추라는 요구가 충돌하는 셈이다. 당국의 총량규제로 인해 은행권이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은행 간 고객 유치를 위한 '가격 경쟁(금리 인하 경쟁)'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같은 날 국감에서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아무리 찾아봐도 금융감독원이 은행에 가계대출 총량을 규제할 법적 권한이 없다. 월권 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금융위는 '법적 근거는 없으며 은행이 자율적으로 목표를 설정하므로 규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는데 진짜 이게 자율인가"라고 지적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대출은 경쟁이 붙어서 역마진까지 가고 있는 반면 가계대출은 당국의 총량규제로 인해 자율 경쟁 체제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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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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