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한오 바이오니아 회장

"환자와 의료진을 지키는 신속·대량 진단 장비와 폐로 흡입하는 siRNA(짧은 간섭 RNA) 치료제 개발로 감염병 팬데믹(대유행) 정복의 꿈을 이루겠습니다"
박한오 바이오니아(6,860원 ▲50 +0.73%) 회장은 대전 유성구 글로벌센터 본사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이 같은 차기 팬데믹 대응 체계를 제시했다.
바이오니아는 1992년 창립 후 사스(SARS), 메르스(MERS), 코로나를 거치며 감염병 대응 역량을 축적해왔다. 농가 창고에서 합성 DNA(디옥시리보핵산)와 PCR(중합효소 연쇄 반응) 시약 사업으로 시작한 바이오니아의 진단 기술력은 거듭되는 팬데믹에 맞서는 '방패'로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
바이오니아는 연구개발(R&D)을 통해 진단 시약은 물론 장비 기술을 고도화해왔다. 그 결과, 초고속 전자동 분자 진단 장비인 'ExiStation FA 96(엑시스테이션 FA 96)' 개발에 이어 △HIV-1(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B형간염 △C형간염 정량 키트가 유럽 체외 진단 규정(CE-IVDR)에서 가장 엄격한 등급인 '클래스 D'를 획득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HIV-1 정량 키트가 클래스 D를 획득한 건 국내 최초 사례로, 3종의 만성 바이러스 모두에' 최고 등급'을 획득한 곳은 바이오니아를 포함해 전 세계 2곳에 불과하다.
박 회장은 "일반 감염병 분자 진단 시약은 기술이 보편화돼 키트 개발이 쉽지만, 팬데믹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자동 분자 진단 시약은 자체 플랫폼 장비가 있어야만 개발이 가능하다"며 "이에 차세대 전자동 분자 진단시스템의 개발·사업화에 10년간 1000억원가량의 신약 개발에 버금가는 비용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병원체의 DNA·RNA(리보핵산)를 추출해 염기서열을 정밀 계측하는 것은 감염병 진단의 핵심으로, 34년간 DNA·RNA 시약과 장비 기술을 고도화한 바이오니아의 저력으로 꼽힌다. 바이오니아는 이런 올리고 핵산 합성 역량을 기반으로 siRNA(짧은 간섭RNA) 플랫폼 'SAMiRNA(세미알엔에이)'를 발명하고, 이를 활용한 두피·모발 케어 화장품 '코스메르나(CosmeRNA)'를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
코스메르나는 미국 화장품 원료집(ICID)에 등재된 후 2022년 유럽 CPNP(화장품 인증 포털)에 등록되며 4년째 글로벌 시장에서 활발히 판매 중이다. 박 회장은 "코스메르나는 탈모 관련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를 조절하는 RNA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라며 "바르는 방식의 화장품으로 모낭에 국소적으로 작용해 전신 부작용 우려를 낮추면서 높은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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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iRNA는 자가 조립형 RNA 저해제(Self-Assembled Micelle inhibitory RNA)의 약자로, 바이오니아가 팬데믹에 맞서 개발 중인 인플루엔자A(A형 독감) 치료제 플랫폼이기도 하다. 독감 RNA 바이러스 서열을 인식하고 해당 부위에 결합한 후 이를 절단해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원리다. 특히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혁신도전형 연구개발(R&D) 과제'에 선정되며 연구에 탄력이 붙었다. 박 회장은 "내년 분무기를 통해 흡입하는 인플루엔자A 치료제의 임상시험계획승인신청(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할 계획"이라 말했다.

인플루엔자A는 신종 플루·홍콩 독감·조류 독감 등의 원인 바이러스다. 돌연변이가 쉽게 일어나 향후 팬데믹을 일으킬 가능성이 가장 큰 바이러스로 꼽힌다. 흡입형 SAMiRNA 치료제는 새로운 RNA 바이러스가 출현해도 분석한 서열을 기반으로 즉각 개발돼 '맞춤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포 내에서 활성이 오래가는 특성이 있어 약효가 수개월 지속돼 마치 예방접종을 맞는 것 같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바이오니아는 100억 원을 투자해 대전 대덕센터에 GMP(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에 준하는 시설을 구축하고 여기서 siRNA 치료제를 비롯해 국내외 바이오텍의 임상 연구용 시약을 생산·공급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내년 초 본격 가동을 시작하면 해외에서 임상 시약을 공급받던 기간을 10분의 1로 단축해, RNA 신약의 임상 개발 속도가 대폭 빨라지고 비용도 절감될 것"이라며 "분자 진단과 RNAi(RNA 간섭)치료제를 '원천무기'로 우리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팬데믹에 대응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