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심교의 내몸읽기]

일반담배(궐련)보다 유해물질이 적을 것으로 여겨 전자담배로 갈아탄 흡연자가 적잖다. 하지만 전자담배에서도 포름알데히드 같은 1군 발암물질이 대거 발견돼 충격을 준다.
앞서 29일 정부는 국내에서 제조되거나 수입된 465개 담배제품의 품목별 유해성분 검사결과를 처음 공개했다. 그 결과, 일반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 전 제품에서 1군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고, 액상형 전자담배에서도 105개 제품 중 99개에서 확인됐다.
이에 대해 31일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포름알데히드는 국제암연구소(IARC)가 분류한 1군 발암물질로, '이 정도 양까지는 안전하다'는 하한선이 아예 없다"며 "조금이라도 몸에 쌓일수록 해롭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포름알데히드는 뜨겁게 가열될 때 생겨나는 기체인데, 액상형 전자담배를 가열하거나 궐련형 전자담배의 담뱃잎을 찔 때 증기를 통해 흡연자가 들이마시게 된다"고 말했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액상'엔 프로필렌글라이콜과 글리세린 등 2가지 성분이 주를 이룬다. 이들 성분이 든 용매를 가열하면 분해되면서 포름알데히드가 생겨난다.
포름알데히드는 반응성이 아주 커서 사람의 단백질·DNA에 잘 달라붙는다. 이 때문에 흡연자의 몸 중 먼저 닿는 곳부터 손상시킨다. 예컨대 입, 코, 목, 기도 점막 등이다. 흡연자에게 비인두암 발병률이 높은 이유다. 또 포름알데히드는 피를 만들어내는 골수를 공격해 백혈병을 유발한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9일 발표한 '제1차 담배 유해성 관리 기본계획(2027~2031)'에 따라 담배 유해성분 검사 대상을 확대하고 가향 첨가물에 대한 관리 강화에 나선다. 정부는 궐련 및 궐련형 전자담배의 검사 대상 유해성분을 현재 44종에서 2030년까지 50여종으로, 액상형 전자담배는 20종에서 30여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사진은 29일 서울 시내 한 전자담배 판매점에 진열된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들. 2026.10.29. kmn@newsis.com /사진=김명년](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10/2026103117140614306_2.jpg)
실제 포름알데히드를 공장 작업장에서 '고농도'에 노출되면 폐가 급격히 망가지고 기도가 직접적인 손상을 당한다. 기도가 붓고 기관지가 수축하며, 폐에 흉수가 차고, 목·식도·점막이 화학적 손상을 입는다. 포름알데히드를 토하는 과정에서 기도로 넘어가 흡인성 폐렴이 생기기도 한다.
전자담배를 통해 빨아들이는 포름알데히드는 고농도가 아닌 '저농도'이지만, 문제는 흡연자에겐 저농도로 매일같이 반복해서 포름알데히드에 만성적으로 노출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런 발암물질을 하루에 수백번씩 빨아 마시는 흡연자에겐 수년에서 수십년에 걸쳐 발암물질이 폐 깊숙한 곳에 차곡차곡 쌓일 것"이라며 "그 결과가 10년, 20년 뒤에 나타날 텐데 전자담배 자체가 시판된 지 그리 오래된 제품이 아니란 점에서 전자담배를 수십 년 사용한 사람에게 어떤 질병이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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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에선 또 다른 1군 발암물질인 ▲2-아미노나프탈렌 ▲4-아미노비페닐 ▲NNN ▲NNK ▲1,3-부타디엔 ▲아크릴로니트릴 ▲벤젠 ▲비소 ▲카드뮴 ▲벤조피렌 등도 전자담배에서 상당량 검출됐다. 이 교수는 "특히 주목할 게 'NNN'과 'NNK'"라고 지목했다.
NMM과 NMK는 담뱃잎을 가열할 때 나오는 증기에 숨어있다. 담뱃잎을 태우며 연기를 흡입하는 일반담배(궐련), 담뱃잎을 쪄 증기를 마시는 궐련형 전자담배를 통해 몸에 침투해 쌓인다. 이 교수는 "이들 두 성분은 폐암·식도암·구강암을 일으킨다"며 "그동안 담뱃잎을 태우는 일반담배에 많다고 알려졌지만, 이번 조사 결과로 담배를 찌는 방식인 궐련형 전자담배를 통해서도 이들 성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발암물질은 직접 빨아들이는 흡연자뿐 아니라 전자담배 흡연자가 내뱉는 에어로졸에도 들어있다. 간접흡연 역시 피해야 하는 이유다.
그간 흡연자들에겐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해롭다'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어떤 의견일까. 그는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약간 덜 해로울 뿐, 전자담배가 몸에 안전한 건 아니"라면서 "일반담배 흡연자가 해로움을 줄이기 위해 전자담배와 일반담배를 함께 피운다고 해서 안전상 이득이 없다. 100% 금연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모든 종류의 담배를 완전히 끊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일반담배보다는 덜 해로운 전자담배만 100% 피우는 게 전자담배와 일반담배를 섞어 피우는 것보다는 덜 해롭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부 흡연자는 전자담배 제품의 기기 출력, 온도를 DIY(Do it yourself, 스스로 만듦) 방식으로 높이거나, 출력값·온도가 기존 제품보다 더 높게 설정된 제품으로 갈아타는 경향이 관찰된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전자담배를 피우더라도 사용하는 전자담배의 출력·온도를 지금보다 높이는 행위는 금해야 한다"며 "출력을 높이거나 열을 가할수록 포름알데히드 같은 발암물질이 더 많이 뿜어져 나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