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1월 6일, 외주 스태프를 성폭행·추행한 혐의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 배우 강지환(46·본명 조태규)의 전 소속사가 강지환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1심 판결을 뒤집은 항소심 재판부는 강지환에게 34억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신인상을 휩쓸며 믿고 보는 배우로 사랑받았던 강지환은 성범죄 사건으로 연예계를 불명예스럽게 떠났다.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된 이후에도 드라마 제작사와 전 소속사 등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이 이어지며 막대한 배상 책임을 지게 됐다.
신인상 휩쓸며 승승장구…드라마·영화 넘나들며 전성기

1977년생인 강지환은 2001년 뮤지컬로 연예계에 입문했다. 배우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작품은 2005년 방영된 MBC 일일연속극 '굳세어라 금순아'였다. 극 중 까칠한 의사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그해 신인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이후 드라마 '경성스캔들', '쾌도 홍길동' 등에서 주연을 맡으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출연 작품마다 좋은 반응을 얻으며 연말 시상식에서도 꾸준히 수상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다.
영화로의 영역 확장도 성공적이었다. 첫 영화 주연작 '영화는 영화다'는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으며 누적 관객 수 131만명을 기록했다. 강지환은 이 작품으로 각종 영화제에서 남자신인상을 받으며 충무로에서도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10년대 들어서도 드라마 '돈의 화신', '빅맨', '작은 신의 아이들' 등에 출연하며 주연 배우로 입지를 다졌다.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던 그에게 성범죄 사건은 치명적인 전환점이 됐다.
"기억 없다"던 강지환, 모든 혐의 인정 후 사과

2019년 7월 9일, 강지환이 성폭행 혐의로 긴급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경기 광주시 자택에서 외주 스태프 여성 2명을 성폭행·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강지환은 술을 마신 뒤 잠들어 있던 피해자들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술을 마신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그 이후는 전혀 기억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시 강지환은 드라마 '조선생존기'에 주연으로 출연하고 있었다. 주연 배우의 갑작스러운 하차로 제작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드라마 촬영이 중단됐고, 이후 서지석이 대체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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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환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혐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는 "모든 혐의를 인정하며 저의 돌이킬 수 없는 잘못으로 크나큰 상처를 입으신 피해자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라고 밝혔다.
"무고 아냐?" 피해자들 향한 2차 가해

강지환이 혐의를 인정했음에도 일부 누리꾼은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제기했다. 남성 1명이 여성 2명을 동시에 성폭행했다는 점과 피해자들이 친구를 통해 경찰에 신고한 경위, 피해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점 등을 문제 삼으며 피해자들의 무고를 주장했다.
피해자 측이 이러한 주장을 제기한 악성 댓글(악플) 작성자들을 고소하겠다고 예고한 이후에도 온라인에서는 강지환이 억울한 누명을 썼다는 취지의 옹호 여론이 이어졌다.
결국 피해자들은 악성 댓글을 단 누리꾼 30여명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해 달라며 고발했다. 사건 이후 피해자들을 향한 2차 가해가 이어지면서 비판이 커지기도 했다.
혐의 모두 인정했음에도 집행유예, 이유는

강지환은 성폭행·추행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됐지만,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들과 합의하고 이들이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점 등이 양형에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이 강지환과 합의한 배경에 대해서는 피해자 측 박지훈 변호사가 SBS '본격연예 한밤'을 통해 설명했다. 그는 "합의 이외에는 피해자들이 회복하기 위한 다른 선택이 없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합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고, 강지환 역시 준강제추행 혐의를 다투며 항소했다. 사건은 대법원까지 이어졌으나 2020년 11월 5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형사재판 끝났지만 민사 책임 계속…잇단 배상 판결

형사재판이 마무리된 뒤에도 민사상 책임을 둘러싼 소송은 계속됐다.
강지환이 출연 중이던 드라마 '조선생존기'에서 하차하자 제작사 측은 강지환과 당시 소속사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22년 10월에는 강지환과 전 소속사가 제작사에 약 53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확정됐다.
이후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도 강지환을 상대로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24년 11월 6일 서울고법 민사6-1부(부장판사 김제욱·강경표·이경훈)는 강지환이 전 소속사에 34억8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1심은 전 소속사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항소심은 이를 뒤집고 소속사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강지환의 성범죄 사건이 발생한 2019년 7월 당시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이 이미 종료된 상태였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이를 달리 판단하면서 강지환이 전 소속사에 수십억원대 배상금을 지급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