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기 쏙 빠진 연극 '쥐의 눈물'···낯선 즐거움

기름기 쏙 빠진 연극 '쥐의 눈물'···낯선 즐거움

이언주 기자
2011.10.22 10:00

[공연리뷰] 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관객과의 소통 돋보인 담백한 무대

↑ 연극 '쥐의 눈물'에는 삶의 희노애락과 가족애가 솔직하게 담겨있다. ⓒ구로아트밸리
↑ 연극 '쥐의 눈물'에는 삶의 희노애락과 가족애가 솔직하게 담겨있다. ⓒ구로아트밸리

'쥐의 눈물'(연출 정의신)에는 삶의 '날 것'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군더더기 없는 담백함이 살아있는 이 작품은 눈물 이전에 웃음과 행복, 낭만과 가족애가 뒤범벅 돼 있었다.

우선 마주칠까 두려운 혐오스런 동물 '쥐'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부터가 기발하고 흥미롭다. 막이 오르기 전 배우들이 전부 무대에 나와 들어오는 관객을 일일이 맞아주는 것도 새롭다.

관객석이 텅 빈 극장의 무대 위에 ㄷ자 모양으로 200석 가량의 자리가 마련돼 있었다. 객석을 무대 위로 옮겼던 지난 4월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 '오이디푸스'(연출 서재형)가 순간 떠올랐으나 오이디푸스의 엄숙함에 비해서는 좀 더 캐주얼한 느낌이었다. 공연 시작 전 배우들이 관객에게 질문도 하고 시키지도 않은 노래까지 불러 객석의 긴장을 풀어주려 했다.

↑ 연극 '쥐의 눈물'은 어린이 관객이 즐기기에도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었다. ⓒ구로아트밸리
↑ 연극 '쥐의 눈물'은 어린이 관객이 즐기기에도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었다. ⓒ구로아트밸리

'쥐의 눈물'은 전쟁터 한가운데에서 함석버스를 밀고 다니며 병사들을 상대로 연극을 하고 살아가는 쥐 가족 유랑 연예극단 '천축일좌'의 이야기다. 이들이 즐겨 공연하는 작품은 손오공과 삼장법사, 저팔계, 사오정의 모험담을 그린 '서유기'로 유쾌하고 코믹한 공연장면과 처절하고 참담한 전쟁터의 현실을 짜임새 있게 오간다.

전쟁으로 인해 자식을 잃거나 상대의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동족 간에 죽고 죽이는 끔찍한 상황 속에서 억척스럽게도 가족을 지키려는 '천축일좌' 가족은 우리네 어머니 모습과 닮았다. 특히 엄마 쥐 스즈는 강인한 생활력과 결단력으로 가족을 이끌기도 하고 재치 있게 삼장법사 역을 소화해 극에 활기를 더했다.

삶의 슬픔을 단지 1차원적 슬픔으로만 묘사하지 않는다. 키보드 한 대와 타악기 장단에 맞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노래와 춤은 때론 마당놀이 같고, 때론 뮤지컬 같다. 화려하고 뛰어난 가창력은 아니지만 기교 없이 정돈된 느낌의 노래는 오히려 진정성으로 다가왔다.

↑ 연극 '쥐의 눈물'에서 사랑에 빠진 두 연인 쥐. ⓒ구로아트밸리
↑ 연극 '쥐의 눈물'에서 사랑에 빠진 두 연인 쥐. ⓒ구로아트밸리

극의 장면을 한 컷씩 사진으로 보면 마치 어린이극을 보는 듯 착각이 들 수도 있다. 그만큼 무겁고 어두울 수 있는 내용을 밝고 재치 있게 그렸다. 13마리 쥐들은 모두 닮은 듯 다른 매력을 발산했고, 그 중 엉뚱하고 춤 잘 추는 뚱녀 코발트 역도 웃음코드로 한몫 했다. 150분간 무대와 객석은 형식적인 벽만 허문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소통하며 쥐에 빗댄 우리의 모습을 함께 보았다.

좋은 작품을 더욱 빛난 게 한 이날의 관객들도 훌륭했다. '잘 하는지 어디 보자'가 아닌 마음을 열고 충분히 즐길 준비를 한 관객들은 무대와 호흡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실컷 웃기도 하면서 박수갈채로 배우들을 응원했다.

↑ 연극 '쥐의 눈물'에서 감초역할을 톡톡해 하는 엉뚱하고 철없는 캐릭터 코발트. ⓒ구로아트밸리
↑ 연극 '쥐의 눈물'에서 감초역할을 톡톡해 하는 엉뚱하고 철없는 캐릭터 코발트. ⓒ구로아트밸리

출연 최용진, 염혜란, 안영훈, 황태인, 이혜림, 황재희, 이영옥, 권정훈, 박진주, 홍성락, 김준영, 박명아, 박주호, 박지연(피아노), 김규형(타악). 공연은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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