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음악을 제대로 듣는 법

슈베르트 음악을 제대로 듣는 법

이언주 기자
2012.04.27 15:21

[인터뷰]29일 예술의전당 독주회 앞둔 피아니스트 허원숙

↑ 피아니스트 허원숙은 오는 29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독주회에서 작곡가 이건용(오른쪽)의 작품 '여름빛에 관한 세 개의 악상'을 초연한다.
↑ 피아니스트 허원숙은 오는 29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독주회에서 작곡가 이건용(오른쪽)의 작품 '여름빛에 관한 세 개의 악상'을 초연한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70살에 슈베르트 연주회를 제대로 할 수 있지 않겠어요?"

피아니스트 허원숙 호서대 교수(54·사진)는 오는 29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걸러내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독주회에 슈베르트 소나타 G장조를 선택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며 웃었다.

"제가 1997년에 슈베르트 탄생 200주년 기념으로 슈베르트의 작품으로만 연주회를 구성한 적이 있었어요. 그 때 생각한 것이 31년만 더 살면 슈베르트 서거 200주년도 기념할 수 있겠더라고요. 2028년은 제가 딱 70살 되는 해이니 그때 슈베르트의 마지막 소나타 3곡을 연주하자고 약속을 해버렸죠."

어느덧 50대 중반을 향해 가다보니 슬슬 걱정이 됐다는 허 교수는 이번 독주회에서 슈베르트의 곡을 골랐다. 그는 슈베르트를 두고 '젊었지만 늙은 작곡가'라고 평했다.

20대 초반에 이미 인생을 포기한 슈베르트. 그는 사랑하는 여인이 3년이나 기다려주었는데도 눈물을 머금고 "난 부족하니 부자 남자한테 가라"며 떠나보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음악에는 방랑하는 혼이 실려 있다. 음악의 구성이나 전개도 슈베르트의 성격이 오롯이 드러난다.

허 교수는 "슈베르트를 들을 때는 '결론이 뭐냐'고 다그치면 안된다"며 "그저 할머니 소싯적 이야기 들어드리듯 하염없이 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마음이 참 넉넉하고 따스하다. 슈베르트의 음악은 일종의 '한풀이'를 듣는 심상으로 감상해야 하나보다.

이번 연주회에서 또 기대되는 것은 이건용 한국예술종합학교 작곡과 교수의 '여름빛에 관한 세 개의 악상'이 초연되는 것이다. 이 교수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대학 졸업 후 유학을 떠나기 전, 서울대 동기를 중심으로 한 '제3세대'라는 작곡 동인 발표회 때 허 교수가 연주를 하면서부터다. 이 오랜 인연으로 지난 2월에 곡을 받게 된 것. 이 교수의 새 작품을 연습한 그는 "마치 한옥처럼 열린 공간에서 소통하는 느낌"이라 했다

독주회 주제인 '걸러내다' 역시 이 교수 작품의 영향을 받았다. 허 교수는 "교수님 작품을 받고나서 나머지 두 곡을 브람스의 피아노 소품으로 골랐는데, 이 곡들을 함께 올려놓고 보니 체에 걸러진 알곡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연주회 이름으로 적당하진 않지만 제목으로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피아노에 관한 많은 글을 쓰고 있고,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꾸준히 음악과 삶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허원숙. 그는 "음악도 언어라서 그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설명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과도한 설명은 오히려 오해를 줄수 있으니 조금은 걸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죽지 마라'는 이건용 교수의 지난날의 격려를 평생의 모토로 삼고 있다는 허 교수는 "참 좋은 스승의 곡을 받게 돼, 잘 쳐야할 텐데 큰일났다"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연주회에서 슈베르트, 이건용, 브람스 세 작곡가의 아름다운 곡들이 어떤 느낌으로 걸러져 애잔한 감동을 줄지 기대된다. 티켓은 2만~3만원 (02)3436-5929

<작곡가의 작품해설>

이건용: '여름빛에 관한 세 개의 악상'

'여름빛'이란

보들레르의 가을의 노래의 첫머리에 나오는 표현을 가져온 것이다.

즉 차디찬 어둠에 대비되는 계기이다.

보들레르가 살았던 여름은

내가 경험해온 여름과 다소 다르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밝고 투명하고 바삭거리는 것이었다.

그 때 받은 여름빛의 인상이 이 곡에 다소 반영되었다.

그러나 무엇이 크게 다르겠는가?

삶의 슬픔에 연유가 없듯이

여름빛의 찬란함과 힘참에도 대책이 없다.

원래 그런 것이다.

그것이 이 곡의 큰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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