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가구의 60%, 벼랑 끝 한계가족"

"전체 가구의 60%, 벼랑 끝 한계가족"

박창욱 기자
2013.05.04 09:05

[BOOK]'한국경제의 현주소, 한계가족'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은 전임 이명박 정부의 노선에서 180도 방향을 틀었다.

이명박 정부는 친재벌 등 이념적이고 토건개발사업 위주의 하드웨어적 경제정책을 내세웠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와 '국민행복'이라는 소프트웨어적이고 질적인 공약을 걸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렇게 박근혜 정부가 복지 및 경제정의 중심의 공약을 내세웠다는 사실은 현재 국민의 경제적 삶이 큰 위기에 빠져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김광수경제연구소가 펴낸 신간 '한국경제의 현주소, 한계가족'에선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과 가족을 책임지기 어려운 일반 국민의 힘든 삶을 냉정하게 진단한다.

제목에 들어 있는 한계가족이라는 말은 많은 국민의 처한 경제적 고통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선동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으로 관심을 끌기 위해 만든 조어는 결코 아니다. 많은 국민들이 현실적으로 체감하는 상황일 뿐 아니라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2인 이상 가구 수는 1320만 가구로 나타나고 있다. 2인 이상 가구란 대부분 가족을 형성하고 있는 가구를 말한다. 이 가운데 현재 물가 수준에서 최소한의 생활안정이 가능한 월평균 명목소득 수준인 400만원에 미달하는 가구 수는 790만으로 전체의 60%에 달한다. 이 가구는 가구주가 평균 49세이며 가족 수는 3.3명이다. 여기에 속하는 가구원수는 3000만명에 달한다.

그런데 2인 이상 가구의 23.5%인 310만 가구는 월 소득보다 지출이 많으며, 이 적자 가구에 속하는 가구원수는 906만명에 이른다. 바로 310만에 달하는 적자 가구가 바로 벼랑 끝에 서 있는 한계가족이라고 이 책은 설명한다.

또 비록 적자 상태는 아니지만 언제라도 한 걸음만 밀리면 벼랑 끝에 서게 될 가구 수도 480만 가구에 달한다. 이 가족 역시 시간이 지나면 벼랑 끝으로 내몰릴 위험이 매우 큰 한계가족 예비군이다. 결국 한국경제 전체로 보면 한계가족은 전체 60%에 달하는 790만 가구에 이른다는 지적이다.

이 책은 수많은 한계가족을 만든 2008년 금융위기를 단순한 경기순환의 결과가 아닌 100년 단위의 세계적 대격변이라고 해석했다. 따라서 한국경제가 냉전이데올로기와 섞여 왜곡된 자본주의 체제에서 벗어서 평범한 국민 환경과 더불어 공생하는 대중자본주의로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대중자본주의란 모든 사람이 땀 흘려 노력하면 비록 부자는 못 되더라도 누구든 자기 삶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자립적인 경제, 직업의 귀천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누구든지 평균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건전한 시장경제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선 그 무엇보다도 자본과 노동의 시장가격을 제대로 형성, 분배가 바로 선 경제시스템을 만드는 게 복지정책보다도 훨씬 급선무라고 책은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이나 일본은 GDP의 70%를 임금에 배분하지만 우리나라는 50%선에 불과하다. 열악한 임금소득을 개선하고 물가안정을 이루는 것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이고 자립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한계에 달한 국민의 삶을 직시하고, '성장이냐 복지냐'라는 그릇된 이분법적인 정치논쟁에서 벗어나 진정한 소유와 분배의 정의가 살아 있는 진정한 시장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이 담고 있는 메세지다.

◇'한국경제의 현주소, 한계가족'(김광수경제연구소. 더팩트. 293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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