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시인에게 하필 문어를 보낸 뜻은?

[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시인에게 하필 문어를 보낸 뜻은?

오인태 시인
2013.07.03 07:50

<20>문어애호박국과 '역사'

[편집자주] "그래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버리지 말게 해 달라(오인태 시인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 재인용)'. 얼굴 모르는 친구들에게 매일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있다. 그는 교사이고 아동문학가이고 시인이다. 그는 본인이 먹는 밥상의 사진과 시, 그리고 그에 대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시와 밥상. 얼핏 보면 이들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오인태 시인에겐 크게 다르지 않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더불어 삶을 산다는 것. 시 역시 때론 각박하고 따뜻한 우리 삶 우리 이야기다. 시와 함께 하는 '밥상 인문학'이 가능한 이유다. 머니투데이 독자들께도 주 3회 오인태 시인이 차린 밥상을 드린다. 밥상을 마주하고 시를 읽으면서 정치와 경제를 들여다보자.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니 어려울 게 없다.

이전 사람들은 잠수함 안의 산소량을 가늠하기 위해 토끼를 잠수함에 길렀다고 하는데요. 소설 <25시>로 유명한 게오르규는 74년 한국을 방문해 가진 한 강연회에서 ‘잠수함의 토끼’에 시인을 빗대면서 “시인이 괴로워하면 그 사회는 병든 것”이라고 했다지요?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오늘, 다시 이 땅의 동료시인 제위께 묻습니다.

"시인이여, 아직 숨 쉴 만합니까?"

게오르규는 이어 말했지요.

"시인은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는 사회를 고발하는 데 목숨을 걸어야 한다."

사회에 대해 직접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던, 그래서 예전에는 잘 몰랐던 시인들이 요즘 부쩍 ‘병든 사회’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걸 보면서 반가운 한편, 마음이 참 복잡해지는데요, 촉수가 무뎌진 것이든, 용기가 꺾인 것이든......, 비루해질 대로 비루해진, 이미 詩人도 아닌 이 屍人에게 지인이 귀한 돌문어를 보내온 뜻은?

몸도 마음도 붉어지는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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