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닭 먹는 지네, 다시 초인을 기다림

[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닭 먹는 지네, 다시 초인을 기다림

오인태 시인
2013.07.12 07:50

<24>닭칼국수와 마늘쫑장아찌, '능소화'

[편집자주] "그래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버리지 말게 해 달라(오인태 시인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 재인용)'. 얼굴 모르는 친구들에게 매일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있다. 그는 교사이고 아동문학가이고 시인이다. 그는 본인이 먹는 밥상의 사진과 시, 그리고 그에 대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시와 밥상. 얼핏 보면 이들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오인태 시인에겐 크게 다르지 않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더불어 삶을 산다는 것. 시 역시 때론 각박하고 따뜻한 우리 삶 우리 이야기다. 시와 함께 하는 '밥상 인문학'이 가능한 이유다. 머니투데이 독자들께도 주 3회 오인태 시인이 차린 밥상을 드린다. 밥상을 마주하고 시를 읽으면서 정치와 경제를 들여다보자.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니 어려울 게 없다.

밥 해먹으면서 가장 신경 쓰이는 일이 무엇이던가요? 양 조절 아니던가요? 특히 혼자 해먹는 밥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지요. 그렇다고 먹고 싶은 걸 안 해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이럴 때 살림의 지혜가 필요하지 않겠어요?

제 경우엔 닭 한 마리를 사면 육수와 살코기를 일부 덜어내 냉장고에 보관해놨다가 다시 닭개장을 끓이거나 닭칼국수를 해먹곤 하는데요. 이번에도 토종닭 한 마리를 사서 먼저 닭개장을 끓여 주위 분들과 나눠먹었고요, 덜어내 뒀던 닭 육수와 살코기로 이렇게 닭칼국수를 끓인 거지요. 닭개장이 밥상에 오르고 오래지않아 또 닭칼국수가 차려지는 건 이런 까닭에서인데요, 그렇다고 똑 같은 차림이 오르는 건 아니잖아요. 재료는 같은 것이지만요. 어쨌든 식구가 많지 않으면 닭 한 마리로 이렇게도 비틀어보고 저렇게도 비틀어보며 다양하게 변주해볼 수 있다는 건데요.

참, 닭 먹고 아무 데나 던져놓지 마세요. 지네가 엄청 좋아하거든요. 먹다 남은 닭 뼈를 항아리에 넣어 땅에 묻어두면 지네가 그리로 다 모인다잖아요. 지네가 닭만 잡아먹으면 다행이지만, 사람까지 잡아먹으면 안 되니까요.

눈조차 부릅뜨지 못하는 저 오합지졸들이라니......., 천고, 아니 만고의 뒤에라도 다시,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계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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