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시인이 시를 안 쓰면?

[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시인이 시를 안 쓰면?

오인태 시인
2013.07.15 07:50

<25>백오이소박이와 호박잎쌈, '짝'

[편집자주] "그래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버리지 말게 해 달라(오인태 시인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 재인용)'. 얼굴 모르는 친구들에게 매일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있다. 그는 교사이고 아동문학가이고 시인이다. 그는 본인이 먹는 밥상의 사진과 시, 그리고 그에 대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시와 밥상. 얼핏 보면 이들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오인태 시인에겐 크게 다르지 않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더불어 삶을 산다는 것. 시 역시 때론 각박하고 따뜻한 우리 삶 우리 이야기다. 시와 함께 하는 '밥상 인문학'이 가능한 이유다. 머니투데이 독자들께도 주 3회 오인태 시인이 차린 밥상을 드린다. 밥상을 마주하고 시를 읽으면서 정치와 경제를 들여다보자.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니 어려울 게 없다.

안도현 시인이 "박근혜가 대통령인 나라에서는 시를 단 한 편도 쓰지 않고 발표하지 않겠다"며 절필을 선언했다면서요?

안 시인의 절필 소식을 한겨레를 통해 읽으면서 같은 작가회의 소속의 시인으로서, 전교조 해직 동기로서, 무엇보다 동년배로 동시대를 살아온 동지이자 친구로서 그 참담한 심정이야 이해하지만 선뜻 동의할 수는 없더군요. 페이스북이나 다음아고라 등에서 보이는 반응도 대체로 냉소적인 것 같고요.

개인적으론 안 시인의 절필선언에 담긴 진정성을 조금도 의심하거나 폄훼하고 싶지 않지만, 솔직히 이 시점에서 느닷없이 절필을 선언하고 나선 데는 좀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특정 정당과 특정 후보캠프에 관여한 사람으로서 마땅히 책임지는 자세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지요. 이러니 상황이 좋을 땐 앞에 나서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절필을 핑계로 뒤로 물러서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법하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물론 시인이 붓을 꺾는다는 것은 더 이상 뾰족한 수가 없는 사람이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배수진을 치는 것처럼이나 나름의 절박한 선택이겠지만, 양대 선거 후 좌절과 실의에 빠져있던 사람들이 다시 하나 둘......, 촛불을 켜들고 거리로 나서는 이 시점에서 ‘절필선언’ 말고 딱히 다른 방법이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인데요.

‘짝’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새삼 ‘동지’래도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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