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우먼 인 블랙' 무대 선, 배우 김의성··· 아서 킵스役 등 1인 9역

맥을 짚어가되 지나치지 않고, 담담하게 힘을 뺀 채 극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연기.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 연극을 보면서 원작의 섬세한 텍스트를 이처럼 음미할 수 있을까.
배우 김의성이 펼치는 무대는 그랬다. 20년 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온 그가 택한 공연은 . 영국 작가 수전 힐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끔찍한 과거의 사건으로 수년간 악몽과 불안에 시달리는 주인공 아서 킵스가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거의 사건과 다시 마주하는 과정을 그렸다.
지난 주말,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을 마치고 나온 그를 만났다.
"연기 못하는 사람 연기를 어쩜 그렇게 자연스럽게 하세요?"하며 인사를 건네자 "어? 진짜 열심히 한 건데요?"라고 소탈한 웃음을 지으며 답한다. 극의 초반, 연기를 처음 하는 주인공 남자의 어색한 모습은 객석을 웃음 짓게 하며 마음을 열게 한다. 클라이맥스로 치달을수록 관객들은 극 중에 빨려 들어가고, 두 배우의 연기에 흠뻑 몰입하게 된다.
"원래 무척 좋아하는 연극이에요. 공포물이지만 문학적인 향기가 느껴지는 작품이랄까요? 오랜만에 하는데 예술성이 너무 강한 작품을 하기도 힘들 것 같고, 대중적이면서도 편안하게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는 연극을 하고 싶었어요."
그는 '오랜만'이라고 거듭 말했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그의 모습은 전혀 낯설지도 어색하지도 않았다. 영화 '건축학 개론' '26년' '북촌방향' 등에 출연하며 대중과 만나기도 했지만, 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무대 위에서 편안한 그는 역시 '천상배우'가 아닐까 싶었다.
"이 작품은 장치가 많이 도와주잖아요. 조명, 음향, 무대 등 스태프들이 다 같이 만드는 거라 2인극이라지만 사실은 5인극쯤 될걸요? 저랑 같이 연기하는 젊은 배우가 더 고생이지 저는 별로 하는 것도 없어요."

후배 배우와 스태프들의 고노를 먼저 이야기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그는 1인 9역을 해낸다. 킵스와 해설자를 비롯해 톰스, 벤틀리 사장, 데일리, 제롬, 여관주인, 케퀵, 심지어 강아지 스파이더까지. 또 영화에 주로 출연하다가 연극무대에 서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테다. 그는 "발성도 영화는 기술적으로 해결되는 부분이 많은 반면, 연극은 목소리를 다시 내야한다는 면에서 용기가 필요했고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에서 관객과 만나는 오늘 하루가 어제보다 훨씬 더 행복하다는 배우 김의성. 그는 하루 전으로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정도로 오늘을 열정적으로 사는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