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국산품 애용이 애국이다?

[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국산품 애용이 애국이다?

오인태 시인
2013.10.02 07:42

<58>블루베리 흑초와 덕산곶감, '언어탐구'

[편집자주] "그래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버리지 말게 해 달라(오인태 시인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 재인용)'. 얼굴 모르는 친구들에게 매일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있다. 그는 교사이고 아동문학가이고 시인이다. 그는 본인이 먹는 밥상의 사진과 시, 그리고 그에 대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시와 밥상. 얼핏 보면 이들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오인태 시인에겐 크게 다르지 않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더불어 삶을 산다는 것. 시 역시 때론 각박하고 따뜻한 우리 삶 우리 이야기다. 시와 함께 하는 '밥상 인문학'이 가능한 이유다. 머니투데이 독자들께도 주 3회 오인태 시인이 차린 밥상을 드린다. 밥상을 마주하고 시를 읽으면서 정치와 경제를 들여다보자.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니 어려울 게 없다.

작년에 은행에 입사한 제 큰애 얘기를 한 적이 있지요? 걔가 이번에 차를 샀는데, 폭스바겐골프를 샀더라고요. 전화로 그 소식을 듣고 내심 충격을 좀 받았는데요, 처음으로 차를 사면서 한마디 상의를 하지 않은 것도 그렇지만, 어떻게 외제차 살 생각을 했을까, 해서지요.

그래서 이번 추석에 물어봤지요. “왜 외제차냐”고, 그랬더니 스스럼없이 “연비가 좋잖아” 그러는 거예요. 찻값은 3천만 원쯤 하는 모양인데 연비는 국산차보다 월등히 좋다하네요. 게다가 폭스바겐은 대부분 경유차라니......, 할 말이 없었지만, 그래도 가슴 한켠이 착잡해지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다른 건 몰라도 자동차처럼 고가의 제품은 국산품을 써야 애국하는 길이라고 믿고 있는 세대로서 어쩔 수 없는 격세지감이겠지요.

사실은 그저께 ‘자발적 애국심’을 슬며시 들먹였던 내막이 여기에 있는 건데요, 요즘 같은 세상에 자식이 외제차를 샀다고 나무랄 수 있는 일인가, 국산품애용이 애국이 맞긴 한가, 민족주의적 계몽만으로 애국심이 고취되고, 발휘될 것인가......,

선입감 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명박정부 들어서서 가장 먼저 목격한 사회현상이 외제차가 부쩍 늘어 활개를 치고 다닌 일이어서 눈살을 찌푸렸는데, 내 자식이 그 대열에 들어서다니 이거 울어야할지, 웃어야 할지......, 정부나 기업에서는 지금 우리 국민들의 이런 복잡한 심사를 알기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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