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인의 강단, "창작뮤지컬의 정의 다시 씁니다"

경영인의 강단, "창작뮤지컬의 정의 다시 씁니다"

대담=박창욱 선임기자, 정리=이언주 기자
2013.10.02 06:00

[K뮤지컬 리더들] 4. 이현일 엠뮤지컬아트 회장

[편집자주] 뮤지컬이 드라마와 K팝에 이어 새로운 한류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공연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른 뮤지컬은 아시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관광상품으로서 가능성도 높게 평가받는다. 이에 국내 주요 뮤지컬 제작자들에게 우리 뮤지컬 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한 그들의 고민을 들어봤다.
이현일 엠뮤지컬아트 회장은 지난 32년간 기업에 몸담으며 쌓은 경영 노하우를 공연계를 위해 쓰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이현일 엠뮤지컬아트 회장은 지난 32년간 기업에 몸담으며 쌓은 경영 노하우를 공연계를 위해 쓰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한류를 타고 K드라마나 K팝이 뜨는 이유가 뭘까요? 정확한 이유를 모릅니다.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가야하고 정책을 펼쳐야할지 모르는 거죠. 그게 우리의 현주소입니다."

'문화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문 경영인의 생각은 달랐다. 현상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미래를 위한 발전방안을 내놓는 것이 당연하다. 1978년부터 32년간 대우그룹에서 일하다 공연계에 몸담은 지 만3년 된 이현일 엠뮤지컬아트 회장(58). 흔히 말하는 '이 바닥' 출신이 아니다 보니 뮤지컬산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크게 달랐다.

뮤지컬 '삼총사' '잭더리퍼' 등을 대표작으로 내세우는 엠뮤지컬아트는 국내시장 보다는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한다. 한국창작뮤지컬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인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작품이나 소재를 가지고 재창작 작업을 통해 새로운 한류 문화를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회장은 '창작뮤지컬'에 대한 정의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지 않겠냐고 했다. "반드시 한국의 전통과 문화, 민속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한국 사람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해외 작품을 국내 연출가가 주도해 새롭게 각색하거나 외국 스태프들과 협업해서 우리만의 스타일로 소화하는 것도 창작의 일환으로 봐야하는 거죠."

창작의 범주를 넓힌다고 해도 라이선스뮤지컬에 비해 창작뮤지컬은 상대적으로 아직 활성화 되지 않은 현실이다. 이에 대해서는 일개 제작사의 제작방향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 교육구조와 창작자 양성 시스템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GM대우 근무 시절 가장 보람을 느꼈던 것이 '전국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이었다며 설명을 이었다. "1년에 2억 원 정도 투입해 지원했는데 대학생들에게 무대에 설 기회를 줄 뿐만 아니라 교육적인 효과도 상당히 컸다"며 "뮤지컬 장르를 육성하려면 창의성 개발에 주력하는 교육시스템과 작품을 펼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문화'의 원론적인 속성과 기능에 대해서도 간과해선 안된다고 했다. "문화는 사람들의 감성을 절제시키고 순화시키는 기능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 과연 문화가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대중문화는 한을 풀어내고 발산하는 역할은 하지만, 안으로 끌어들여 스스로 조절하게 하진 못하는 것 같아서요."

그는 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의 가장 전위에 있는 그룹이 바로 문화콘텐츠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그 중에서도 뮤지컬은 종합무대예술을 보여줄 수 있는 장르로 한류의 주축을 이끄는 콘텐츠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뮤지컬이 한류를 주도하는 단계까지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일 회장은 스스로 '이 바닥' 출신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문화와 공연예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누구 못지않다고 자신했다. /사진=이동훈 기자
이현일 회장은 스스로 '이 바닥' 출신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문화와 공연예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누구 못지않다고 자신했다. /사진=이동훈 기자

"드라마나 영화처럼 가수나 배우 한두 명을 스타로 띄우는 접근이 아닙니다. 뮤지컬은 한국 대중문화 전체를 해외에 선보일 수 있죠. 더군다나 아시아권에서 뮤지컬 역량을 제대로 구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아시아의 브로드웨이가 한국'이라는 얘기를 해외에서 하곤 합니다."

이 회장은 일본 공연시장이 우리보다 훨씬 크고 시스템적으로 안정돼 있지만 관습적으로 굳어진 사고가 일본시장의 발전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은 소비자들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수용능력이 뛰어나고, 제작자나 경영진들도 변화를 능동적으로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아시아의 '테스트 마켓'으로 보는 이유도 바로 이겁니다. 항상 뭔가 다르고 새로운 것을 원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한국관객들을 만족시키면 세계 사장에서도 성공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한국은 유연하고 개방적인 시장입니다."

한국 뮤지컬산업은 이제 도약과 성숙기로 접어들 때라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도약기를 이끌어야할 사람들의 기준은 달라져야 하며, 정부차원에서의 효율적인 지원책도 나와야 한다"도 강조했다.

"한국은 '갈 곳은 많지만 볼 것, 할 것이 없다'고들 하죠. 쇼핑도 좋고 음식기행도 좋지만 실제로 재미있게 즐겼다고 할 만한 공연 프로그램이 없습니다. 관광산업과의 연계 지원책이 필요한 시점이죠. 예를 들어 중국과의 무비자 관계가 형성되면 한국 관광산업은 5배 이상 폭발할 테고, 공연장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자연스럽게 늘 것입니다."

이현일 회장은

뮤지컬 '잭더리퍼'를 처음 보고 나서 "등에서 전기가 죽죽 흐르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이런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했다"며 "공연예술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또 한 번 달라졌다"고 했다.

고대 법대를 졸업하고 1978년 10월 대우실업㈜에 입사에 2010년 7월까지 마케팅 및 전략기획 업무 등을 맡아 일했다. ㈜대우 헝가리 부다페스트 지사장, 대우자동차 이집트 생산판매 법인 사장, 지엠대우 마케팅 본부장과 전력기획·고객관리본부장 등을 거치면서 다양한 문화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역량 있는 아이돌을 비롯한 스타 캐스팅을 과감하게 펼치며 뮤지컬이 한류를 주도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현재 IBK 기업은행 문화콘텐츠 자문위원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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