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뮤지컬 시대 위해 '한남동 브로드웨이' 만든다면

K뮤지컬 시대 위해 '한남동 브로드웨이' 만든다면

대담=박창욱 선임, 정리=이언주 기자
2013.09.25 07:00

[K뮤지컬 리더들]3.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 "예술만큼 '상술'도 중요합니다"

[편집자주] 뮤지컬이 드라마와 K팝에 이어 새로운 한류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공연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른 뮤지컬은 아시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관광상품으로서 가능성도 높게 평가받는다. 이에 국내 주요 뮤지컬 제작자들에게 우리 뮤지컬 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한 그들의 고민을 들어봤다.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 겸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제작해 국내 뮤지컬 역사의 시작을 알리며 산업화의 기반을 만들어 냈다. /사진=이동훈 기자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 겸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제작해 국내 뮤지컬 역사의 시작을 알리며 산업화의 기반을 만들어 냈다. /사진=이동훈 기자

"예술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산업적 마인드로 무장하지 않으면 죽습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제작사로 잘 알려진 설앤컴퍼니의 설도윤 대표(54)는 "뮤지컬을 철저하게 산업의 측면에서 육성·지원해야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현재 (사)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이기도 한 그는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고 뮤지컬 배우로 시작해 안무가로서도 활동했기에 그 뿌리는 예술가에 더 가깝다. 그런데도 뮤지컬을 논할 때는 예술 보다 산업에 방점을 찍었다.

설 대표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으로 한국뮤지컬 역사에 분기점을 만들었다. 매출 190억원, 단일 공연 최다 관객(33만명)을 동원하는 기록을 세웠다. 2001년 설 대표가 이 작품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뒤 대형 뮤지컬이 속속 등장했고, 이후 한국뮤지컬 시장은 눈에 띄게 성장해 현재 시장규모는 약 3000억 원에 이른다.

한국뮤지컬 시장의 역사를 말할 때는 '오페라의 유령' 이전과 이후로 나눌 정도다. 국내 최초 대형 텐트 공연인 빅탑 시어터를 도입한 '캣츠'를 비롯해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에비타' '위키드' 등도 모두 그의 손을 거친 공연이다.

설 대표는 지난 10여 년간 꾸준한 성장을 보인 뮤지컬을 '산업'적 관점으로 접근해 더 힘을 쏟을 때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문화융성 과제 중에 뮤지컬이 글로벌 5대 킬러콘테츠(음악, 게임, 애니메이션·캐릭터, 영화, 뮤지컬)에 포함되지 않았습니까? 콘텐츠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거죠. 그렇다면 뮤지컬은 문화체육광광부 안에서도 뮤지컬을 예술국이 아닌 문화콘텐츠산업실 아래 두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뮤지컬산업이 국정과제에 언급된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인프라 구축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 소유의 토지를 개발해서 민자를 유치하고, 펀드의 경우도 적극적이고 파격적으로 만들어 줘야한다는 것이다.

"명분에 이끌리지 말고 소신 있게 펀드를 활성화시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예컨대 한남동의 블루스퀘어처럼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연장 인근에 또 다른 극장을 지어서 그 일대를 하나의 타운으로 형성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입니다."

설도윤 대표에게는 진정한 '꾼'의 포스가 느껴진다. 한국뮤지컬산업 1세대로서 그 누구보다 현장에서 활발하게 작품을 만들고 있는 그는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공연산업의 발전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사진=이동훈 기자
설도윤 대표에게는 진정한 '꾼'의 포스가 느껴진다. 한국뮤지컬산업 1세대로서 그 누구보다 현장에서 활발하게 작품을 만들고 있는 그는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공연산업의 발전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사진=이동훈 기자

브로드웨이를 예를 들며 설명을 이어갔다. "오늘날의 브로드웨이가 형성된 것은 극장이 있었기 때문이지 콘텐츠가 먼저가 아니었습니다. 1800년대 후반부터 이미 극장이 들어서 있었죠. 처음엔 순수예술을 위한 것이었으나 나중에 뮤지컬 등 대중문화산업을 위한 것으로 바뀐 겁니다."

이웃나라 중국의 경우도 언급했다. "푸동 지역에 극장 10개를 한꺼번에 세워버리는 식으로 과감한 투자와 육성책을 펼치는 상황인데, 자본이 작은 우리는 그런 식으로 접근하긴 어렵겠죠.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개발하면서 만들어 가야 하지만, 그렇다 해도 어느 정도의 하드웨어 인프라 구축은 선행돼야 합니다."

설 대표는 뮤지컬 제작자들이 좀 더 솔직하고 투명한 경영을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실용적인 매니지먼트나 파이낸스에 필요한 것들을 공부하고, 정치·경제·금융 등 전반적인 것에 관심을 가지고 전반적인 사회의 흐름을 예의주시 해야합니다. 신문도 문화면만 보지 말고 경제면도 봐야 하고요."

한국뮤지컬계의 부족한 제도적 장치와 저변에도 불구하고 그는 K뮤지컬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K뮤지컬 한류시대는 반드시 옵니다. 그 때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해야지요. 그건 산업현장에 있는 제작자들이 해야 합니다. 배우들이 무대에서 빛나는 존재라면, 제작자들은 이 산업을 이끌어가는 주력이니까요."

설도윤 대표는..

영남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1981년 극단 현대극장의 배우로 뮤지컬에 첫 발을 디딘지 꼬박 32년째 뮤지컬과 동행하는 삶을 살고 있다. 2002년 뮤지컬제작사 설앤컴퍼니를 설립한 이후, 관객의 감성과 문화욕구를 충족시키는 굵직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국내 공연시장의 수준을 높이고 대중의 감성을 깨우는데 일조했다.

설 대표에 대해선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위키드' 이 두 작품이면 된다. 이 작품들의 한국 초연 프로듀서로서 소위 '대박'을 쳤고 지금도 여전히 업계를 선도해 가고 있다. 한국뮤지컬산업 1세대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동시에 '좋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여전히 바쁜 하루하루를 보낸다. 저서로는 '헤이 미스터 프로듀서' '오페라의 유령 감동은 이렇게 완성된다' '오페라의 유령 가면을 벗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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