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줄 알고도 계속 도전···그게 내 색깔"

"망할 줄 알고도 계속 도전···그게 내 색깔"

대담=박창욱 선임기자, 정리=이언주 기자
2013.09.11 06:55

[K뮤지컬 리더들]1.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편집자주] 뮤지컬이 드라마와 K팝에 이어 새로운 한류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공연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른 뮤지컬은 아시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관광상품으로서 가능성도 높게 평가받는다. 이에 국내 주요 뮤지컬 제작자들에게 우리 뮤지컬 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한 그들의 고민을 들어봤다.
대한민국 뮤지컬 프로듀서 1세대로 통하는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사진=홍봉진 기자
대한민국 뮤지컬 프로듀서 1세대로 통하는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사진=홍봉진 기자

"뮤지컬이 산업으로서 더 건강하게 커지기 위해선 우리의 창작 콘텐츠가 활성화 돼야합니다. 새롭고 파격적인 작품이 나와야죠. 젊은 예술가들의 도전정신과 프로듀서들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뮤지컬 '맘마미아' '시카고' '아이다'의 국내 제작자로 '대한민국 뮤지컬 프로듀서 1세대'로 통하는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50)는 공연계에 몸담은 세월이 어느덧 30년이 넘었지만 무대에 대한 마음만큼은 20대 시절 열정 그대로였다.

현재 한국뮤지컬은 공연예술계 총매출액의 60%를 차지하며 3000억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창작뮤지컬의 제작 환경은 연극을 올리는 것과 비슷할 만큼 여전히 열악하다"고 토로했다. 정부에서도 창작뮤지컬에 대해서는 투자 보다는 지원의 개념으로 육성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보다 장기적인 안목의 적극적인 발굴·육성 방안이 필요하며 이와 함께 젊은 예술가들의 도전정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앤드에서도 더 이상 새로운 창작물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기존 작품을 각색하거나 히트 영화를 뮤지컬화 하는 식입니다. 새로운 저변확대는 이루어고 있지 않는 거죠. 국내 젊은 극작가나 연출가들도 대학로 소극장에서 로맨틱코미디 작품만 하며 더 이상 대형 무대에 도전하려 하지 않는 것 같고요."

박 대표는 로맨틱코미디 작품은 객석과 가깝게 소통할 수 있고 관객들에게 상상의 여지를 던져주긴 하지만, 젊은 예술가들을 정체시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연출가나 제작자가 SNS를 통해서 관객과 직접 소통하다보니 관객 입맛에만 맞는 작품을 만드는 식으로 타협해버리기도 한다"며 "그렇다고 흥행수익이 많이 나는 것도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규모가 크고 좋은 작품을 할 때는 대형 무대를 감당할 사람이 없어 해외 연출가를 초빙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뮤지컬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무대 메카니즘'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뮤지컬에서 훌륭한 음악과 감동스런 이야기는 기본이고, 여기에 화려한 볼거리까지 제공할 수 있어야 작품의 감동이 배가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광복 70주년을 맞는 2015년 조정래 소설 '아리랑'을 뮤지컬로 제작해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보편적인 한국의 정서를 담은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겠다는 목표인데, 제작비 약 60억 원을 투입해 브로드웨이 작품 못지않은 무대세트를 보여주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아리랑은 창작뮤지컬의 커다란 도전이자 모험입니다. 한국적인 이야기가 해외에도 통할까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경험을 통해 우리 관객들부터 먼저 공감해야 외국인들도 공감할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아리랑은 근현대사를 다루고 있어 이야기 자체가 진중할 수밖에 없지만, 현란한 무대 메카니즘을 통해 지루하지 않고 감동을 배가시킬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그는 어느 분야에서나 소위 '1세대들'은 새로운 길과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리더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객의 눈높이를 높여야 하고, 브로드웨이 작품 같은 무대를 우리 창작뮤지컬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바로 뮤지컬 '아리랑'을 통해서 그렇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태어날 때부터 예술성이든 대중성이든 가지고 태어나는 작품은 없습니다. 콘텐츠는 진실성과 열정을 가지고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이지, 절대로 한계를 지니고 태어나는 게 아니에요. 저는 '아리랑'도 초연에 실패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만듭니다. 하지만 대박 콘텐츠로 만들 자신이 있고, 이야기 중심의 뮤지컬 콘텐츠로서 미래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투자하는 겁니다. 제작자든 배우든 끈기와 열정, 도전정신이 없다면 스타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박명성 대표는 "지금 젊은 예술가들에겐 사고의 역발상과 혁신이 필요하다"며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 때론 위험한 도전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홍봉진 기자
박명성 대표는 "지금 젊은 예술가들에겐 사고의 역발상과 혁신이 필요하다"며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 때론 위험한 도전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홍봉진 기자

박명성 대표는...

"아이돌 같은 대중스타들이 무대에 서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관객들 앞에 당당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기량을 먼저 닦았으면 합니다. 다른 분야에서 시작했지만 옥주현 아이비 정성화 같은 배우들은 누가 뭐래도 인정받는 뮤지컬스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뮤지컬이든 연극이든 망할 줄 알고도 계속 도전합니다. 사람들은 '저게 박명성 색깔이다' 하죠. 하하."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에게는 '세상에 없는 무대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묻어 나온다. 거칠게 툭툭 내뱉는 그의 말 속엔 무대에 대한 겸손한 마음과 진득한 사랑이 배어 있다.

1963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광주서석고등학교를 나와 서울예술대학 한국무용과, 단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단국대 대학원 대중문화예술대학원을 다녔고 1982년 배우로 연극계에 입문, 5년 뒤 극단 신시의 창단멤버가 됐다.

1999년 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를 맡으며 본격적인 프로듀서의 길에 들어섰고, 한국 최초의 라이선스 뮤지컬 '더 라이프'를 시작으로 '맘마미아!' '아이다' '시카고' 등 초대형 뮤지컬을 잇달아 흥행시켰다. 한국 뮤지컬 시장의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을 향해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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