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굴비와 전복장,'인사동에서 잠시 밥숟가락을 멈추다'

이십대 초반, 초임교사시절에 학습지도연구대회(수업연구대회)에 나갔었는데요. 당시 수업연구대회라는 게 대개 점수가 필요한 순서(연령순?)대로 등수가 결정되기 일쑤고, 젊은 교사는 경험을 쌓는다는 생각 정도로 참가하는 실정이어서 신규교사가 상위등급을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지요. 그런데 새파란 초임교사인 제가 이 대회에서 국어과 1등급을 한 겁니다.
이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고요, 정작 중요한 건 수업하기 전에 한 번도 수업할 교실을 찾아가지 않았다는 건데요. 말하자면 아이들과 수업내용에 대해 전혀 입을 맞추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당시에는 수업하기 전 며칠부터 수업자는 수업할 교실에 가서 붙어살다시피 했는데 말입니다. 안달이 난 사람은 수업반 담임선생님이셨지요. 수업일이 눈앞에 닥쳐 득달같이 전화가 왔는데 도대체 수업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는 거예요. 짜증과 화가 섞인 목소리더군요. 그래서 제가 “아이들 명찰만 준비해주시고, 수업 날 아이들에게 가족사진앨범을 가져오게 해 달라”고 부탁드렸지요. 이렇게 해서 당일 학습 자료로는 가족사진첩, 수업 자료로는 직접 그려간 삽화 다섯 장이 전부였으니 다른 선생님들께 이런저런 부탁을 할 게 없었던 겁니다.
왜 이런 얘기를 하느냐 하면요, 제가 학교 일이나 바깥일을 꽤 많이 했지만 일을 하는 데 스스로 세운 가장 큰 원칙은 조직의 일상적인 업무에 지장을 주거나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는 겁니다. 일상적인 업무를 훼손할 일이나 남에게 부담 줄 일은 되도록 하지 말고, 그래도 꼭 해야 한다면 내가 직접 해서 다른 사람한테까지 주름이 가게 하지 말자는 거지요. 일상보다 중요한 문제는 없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