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일상보다 중요한 건 없다

[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일상보다 중요한 건 없다

오인태 시인
2013.10.04 07:45

<59>굴비와 전복장,'인사동에서 잠시 밥숟가락을 멈추다'

[편집자주] "그래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버리지 말게 해 달라(오인태 시인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 재인용)'. 얼굴 모르는 친구들에게 매일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있다. 그는 교사이고 아동문학가이고 시인이다. 그는 본인이 먹는 밥상의 사진과 시, 그리고 그에 대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시와 밥상. 얼핏 보면 이들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오인태 시인에겐 크게 다르지 않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더불어 삶을 산다는 것. 시 역시 때론 각박하고 따뜻한 우리 삶 우리 이야기다. 시와 함께 하는 '밥상 인문학'이 가능한 이유다. 머니투데이 독자들께도 주 3회 오인태 시인이 차린 밥상을 드린다. 밥상을 마주하고 시를 읽으면서 정치와 경제를 들여다보자.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니 어려울 게 없다.

이십대 초반, 초임교사시절에 학습지도연구대회(수업연구대회)에 나갔었는데요. 당시 수업연구대회라는 게 대개 점수가 필요한 순서(연령순?)대로 등수가 결정되기 일쑤고, 젊은 교사는 경험을 쌓는다는 생각 정도로 참가하는 실정이어서 신규교사가 상위등급을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지요. 그런데 새파란 초임교사인 제가 이 대회에서 국어과 1등급을 한 겁니다.

이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고요, 정작 중요한 건 수업하기 전에 한 번도 수업할 교실을 찾아가지 않았다는 건데요. 말하자면 아이들과 수업내용에 대해 전혀 입을 맞추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당시에는 수업하기 전 며칠부터 수업자는 수업할 교실에 가서 붙어살다시피 했는데 말입니다. 안달이 난 사람은 수업반 담임선생님이셨지요. 수업일이 눈앞에 닥쳐 득달같이 전화가 왔는데 도대체 수업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는 거예요. 짜증과 화가 섞인 목소리더군요. 그래서 제가 “아이들 명찰만 준비해주시고, 수업 날 아이들에게 가족사진앨범을 가져오게 해 달라”고 부탁드렸지요. 이렇게 해서 당일 학습 자료로는 가족사진첩, 수업 자료로는 직접 그려간 삽화 다섯 장이 전부였으니 다른 선생님들께 이런저런 부탁을 할 게 없었던 겁니다.

왜 이런 얘기를 하느냐 하면요, 제가 학교 일이나 바깥일을 꽤 많이 했지만 일을 하는 데 스스로 세운 가장 큰 원칙은 조직의 일상적인 업무에 지장을 주거나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는 겁니다. 일상적인 업무를 훼손할 일이나 남에게 부담 줄 일은 되도록 하지 말고, 그래도 꼭 해야 한다면 내가 직접 해서 다른 사람한테까지 주름이 가게 하지 말자는 거지요. 일상보다 중요한 문제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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