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과업중심보다 인간중심의 말을

[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과업중심보다 인간중심의 말을

오인태 시인
2013.10.07 07:13

<60>닭가슴살볶음과 묵채 '그런날'

[편집자주] "그래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버리지 말게 해 달라(오인태 시인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 재인용)'. 얼굴 모르는 친구들에게 매일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있다. 그는 교사이고 아동문학가이고 시인이다. 그는 본인이 먹는 밥상의 사진과 시, 그리고 그에 대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시와 밥상. 얼핏 보면 이들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오인태 시인에겐 크게 다르지 않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더불어 삶을 산다는 것. 시 역시 때론 각박하고 따뜻한 우리 삶 우리 이야기다. 시와 함께 하는 '밥상 인문학'이 가능한 이유다. 머니투데이 독자들께도 주 3회 오인태 시인이 차린 밥상을 드린다. 밥상을 마주하고 시를 읽으면서 정치와 경제를 들여다보자.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니 어려울 게 없다.

많은 일을 할수록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많은 사람을 만나면 저절로 말을 많이 하게 될 수밖에 없겠지요. 연극이 끝나고 텅 빈 객석을 바라보는 배우의 마음이 이럴까요. 큰 행사 두 개를 잇달아 마치고 나니 마치 썰물 진 갯벌을 바라볼 때처럼 가슴이 휑해지는데, 이 공동은 어쩌면 말이 빠져나간 자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일을 할 때 일단 최대한 중지를 모아 계획이 확정되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돌진하는 스타일이라 추진력이 있다는 평가를 듣긴 하지만, 같이 일 하는 사람에겐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다행히 대부분의 일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그 결실을 공유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일 때문에 인간관계를 크게 그르친 일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일이란 게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끝나게 되어있고 남는 것은 사람, 더 정확하게 말하면 사람과의 관계만 남는 것인데요. 일을 성공리에 마치고 그 결실을 공유하면 구성원 간의 관계도 더 좋아지고 실패하면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게 되어 오히려 관계가 틀어지기 십상이거든요.

한숨 돌리고 나니 이제 살벌한 '과업중심'의 말보다도 따뜻한 '인간중심'의 말을 해야겠다 싶어서 말입니다. 아무래도 인간(관계)중심의 말이란 ‘하기’보다 ‘듣기’가 중요하겠지요?

참, 추석 무렵에 진주 인사동에서 소반 하나를 더 장만했는데요. 보시다시피 다리모양으로는 호족상이고 천판은 12각입니다. 원판의 변형이겠지요. 산지는 모르겠고, 판의 재질은 귀목이라네요. 이렇게 국수상이나 다과상으로 쓰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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