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도 음악으로··· '소리를 빚는' 장인

떨림도 음악으로··· '소리를 빚는' 장인

이언주 기자
2014.01.15 06:00

[아주 특별한 문화人] 6. 안자헌 오르간빌더

[편집자주] 문화계의 저변이 확대되고 새로운 문화콘텐츠가 등장하면서 직업군도 다양해졌다. 공연·미술·음악·출판 등 각 분야의 이색업종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이들이 느끼는 '특별한' 일의 매력에 대해 들어본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내 한쪽 면을 웅장하게 장식한 파이프오르간. 8000개가 넘는 파이프 울림으로 98개의 음색을 내는 오르간을 보면 단순 '악기'라기 보다는 숭고함과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건축물 같다. 바로 이 오르간을 제작·관리하는 사람을 '오르간빌더'(organ builder)라고 한다. '조율사'나 '메이커'(maker·만드는 사람)가 아닌 '빌더'(builder·짓는 사람)라는 단어가 주는 그 느낌부터 특별하다. 태생이 유럽인 파이프오르간은 피아노처럼 흔히 접할 수 있는 악기가 아니다 보니 국내 오르간빌더의 숫자도 손에 꼽힌다.

안자헌 파이프오르간 제작 마이스터(56)는 국내 거주하는 마이스터 두 명 중에 한 명이다. 그는 마이스터(Meister, 명인) 전 단계인 게젤레(Geselle, 기능사)는 3명쯤 되고 현재 공부 중인 학생은 5명 정도 된다고 했다.

남들이 거의 생각지도 않는 이 직업을 평생의 업으로 택한 안 선생. 어떤 마음으로 오르간을 마주했을까. 그는 어린 시절 교회에서 풍금을 연주하며 그 묘한 화성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피아노 소리도 좋았지만 파이프의 떨림으로 발산하는 오르간 음색의 울림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 소리가 저를 가장 편안하게 해주더라고요."

그렇다고 딱히 음악을 전공할 형편은 되지 않았고 취미로만 가끔 연주하다가 대학진학은 전자공학과로 했다. "졸업 후 전자오르간 제작사에 입사했는데, 정말이지 파이프오르간 생각이 너무 간절히 나는 거에요. 엄밀하게 말하면 전자오르간은 파이프오르간을 흉내 낸 가짜잖아요. 진짜악기를 만들고 싶어 서른세 살에 독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제가 알기로 오르간빌더 과정이 있는 학교는 전 세계에 독일과 오스트리아에 하나씩, 딱 두 개뿐이에요. 학교에서 수업하고 악기회사에서 실습을 하는 식으로 배우는데, 91년부터 2001년 초까지 만 9년을 꼬박 독일에서 살았던 거죠."

안자헌 파이프오르간 제작 마이스터는 오르간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서른세 살에 독일 유학을 떠났다. 세종문화회관 파이프오르간 뒷편에서 파이프를 들고 포즈를 취한 마이스터.  /사진=이동훈 기자
안자헌 파이프오르간 제작 마이스터는 오르간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서른세 살에 독일 유학을 떠났다. 세종문화회관 파이프오르간 뒷편에서 파이프를 들고 포즈를 취한 마이스터. /사진=이동훈 기자

악기를 제작하려면 절대음감이 필요할까. 그는 "절대 아니에요"라며 "누구나 연습해서 음감을 익힐 수 있다"고 했다. "음은 조율방식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절대음감'이라는 말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악기제작자들은 주로 상대음감이 발달해 두 가지 음을 듣고 미묘한 차이를 느낀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르간빌더가 하는 일은 오르간을 직접 제작하는 일보다는 조율하고 관리하는 업무가 대부분이다. 1년에 국내에서 오르간이 1대에서 많으면 3대까지 새로 생기는데, 그게 꼭 안 선생에게 주문이 들어온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말이다.

"오르간은 만들어 놓고 파는 게 아니라 무조건 주문 제작이거든요. 정말 제작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평생에 몇 대나 만들 수 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래도 저는 즐거워요. 특히 울림이 좋은 곳에 있는 오르간을 조율하고 관리할 때는 가끔 연주도 해보는데, 그럴 땐 정말 행복합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파이프오르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파이프오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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