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심리학에 속지 마라'··· '불안' 먹고자란 괴물, 당신의 지갑을 노린다

우울한 심정이 며칠째 계속되는 한 남성이 있다. 그는 심리전문가를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 슬픔에서 벗어나려 해도 쉽지 않다고 그는 호소했다. 심리전문가는 잠은 잘 자는지, 식욕은 어떤지 등을 물어보며 원인을 찾으려 했지만 그는 "상실감이 클 뿐, 모두 정상적인 상태"라고 말했다. 심리전문가는 그에게 말했다. "당신이 슬프고 절망적인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합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주일도 안됐으니까요." 하지만 그 남자는 항우울제를 처방해주길 원했다.
심리학자이자 독일의 저명한 심리학 전문잡지 '게이른 운트 가이스트'의 편집장 스티브 아얀이 펴낸 책 '심리학에 속지 마라'에 나온 사례 중 하나다. 우울증은 분명 병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남성의 증상이 병으로 진단받을 만한가? 아얀은 이 같은 예를 들며 현대인들은 심리학에 속은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심리학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정신과의사와 심리전문가가 있다. 심리산업 종사자가 증가한 것은 이들을 찾는 이가 늘어났다는 방증이다. 몇년새 공포, 중독, 강박, 우울증 등 자신에게 심리장애가 있다고 밝힌 사람이 눈에 띌 정도로 증가했다. 아얀은 이런 상황이 심리상담 수요자들의 지갑을 노리는 심리산업의 합작품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의사들은 만성피로, 울분장애, 탈인격화 등 온갖 감정 상태를 어떤 장애로 분류할지 이미 정해놓았다"며 "이는 정확한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치료를 빌미로 돈을 벌기 위해 새로운 장애를 만들어내는 의사의 전횡과 의약업계의 부당이득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100년 남짓한 역사를 가진 심리학이 현대인의 마음을 손에 쥐고 흔드는 거대한 '괴물산업'이 됐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주일도 안된 남성이 우울한 마음이 지속된다며 심리전문가를 찾아간 사례는 마음에 약간의 문제라도 생기면 바로 전문가를 찾는 현대인의 심리학 의존증이 만들어낸 촌극이 아닐까.
◇심리학에 속지 마라=스티브 아얀 지음. 손희주 옮김. 부키 펴냄. 304쪽. 1만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