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대 시인의 특별한 문인화] '세한도'

[김주대 시인의 특별한 문인화] '세한도'

김주대 시인문인화가
2014.02.28 07:45

<7> 세한도는 여전히 살아있다

[편집자주] "나는 세상의 풍경을 읽는 자가 아니라 풍경 속의 일부가 되어 풍경과 나란히 걷고 있는 자이다."(김주대 시인)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는 얇디 얇은 울림판 같은 몸을 가진 그는 모든 존재를 의미 있는 기호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그는 풍경 속에서, 거대하게는 우주의 근원에서 솟구쳐 오르는 어떤 징후를 감지하고 광인처럼 소리치는 사람이다. 생의 우연한 순간에 마주친 모든 존재가 그에게 가서 그림이 되고 시가 된다. 그의 문인화가 특별한 이유이다.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는 말이 있다. 훌륭한 뜻과 기상은 나라가 어려울 때라야 비로소 나타난다는 뜻일 게다. 이권에 따라 친소를 달리하고 야합이 판치던 시절에도 추사 김정희의 제자 이상적은 유배지에 있는 스승에게 온갖 정성을 다한다. 이상적은 중국에 가서 황조경세문편(皇朝經世文編) 120권을 구해 스승에게 보내주기도 한다. 이런 제자에 대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김정희가 이상적에게 그려준 그림이 국보 180호 '세한도'이다.

세한도 속의 집은 원근법이 무시되고 창문만 있다. 만리타관 유배지. 갇혀 지내야 하는 심정이 오죽했겠는가. 황량한 배경에 채색도 없이 그려진 그림에서는 외로움과, 문인화 특유의 시퍼런 의기가 동시에 느껴진다. 목숨의 바닥에 내려가 본 사람만이 뿜어낼 수 있는 그리움이 절절하다. 죽어도 수직으로 죽겠다는 각오가 추운 겨울 소나무를 꼿꼿하게 서 있게 한 것이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로부터 100년, 지금도 시대의 황량한 마당에는 제법 차가운 바람이 분다. 거짓이 참을 몰아내는 춥고도 긴 바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문 하나 달랑 달린 낡고 초라한 집에서 사람다운 세상에 대한 시퍼런 그리움을 소나무처럼 밀어 올리는 이들이 있다면 그 통절한 그리움과 함께 세한도는 지금도 살아있는 것이겠다. 아니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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