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대 시인의 특별한 문인화] 첫사랑에 대한 기억

[김주대 시인의 특별한 문인화] 첫사랑에 대한 기억

김주대 시인 겸 문인화가
2014.03.20 07:50

<13> 눈

첫사랑! 생각만 해도 설레는 말이다. 이루어지지 않아서 더 애틋한 것이 첫사랑인지도 모른다. 생각할 틈도 없이 충격처럼 다가와 그 때까지의 한 사람의 생을 온통 흔들어 놓고, 충격만큼 오랜 시간 가슴에 남아있는 것.

어릴 적 고향을 떠나야 했던 내게 고향은 꿈에나 갈 수 있는 곳처럼 느껴지는 곳이었다. 다 같이 없이 살면서도 다 같이 행복했던 마을, 가을밤 투명한 달과 기러기, 시냇물 소리로 고향은 언제나 가슴 속에 남아 있었다. 그런 고향을 객지 생활 중 우연히 만난 여자에게서 느끼던 때가 있었으니, 첫사랑의 시작이었다.

조금 슬프게 보이던 첫사랑 그녀의 눈 속에서는 고향의 기러기가 날아다녔고, 어머니와 누이가 들어있었다. 혼자 속으로만 품고 있던 마음속 기러기들이 그녀의 눈을 보는 순간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것 같은 환상에 사로잡혔다. 좀 못 살아도 다 같이 행복한 그런 마을 그런 가정을 꿈꾸기도 했다. 그녀의 손을 잡으면 어머니의 온기가 느껴졌고 그녀의 곁에 가만히 앉아 있노라면 고향의 시냇물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고향의 저녁처럼 조금 어두운 그녀의 눈에서 기러기를 보았고 초승달을 보았다. 한동안 나는 그토록 푹했고 그토록 따스했다, 다 지나간 일들이지만 그 때는 참말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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