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대 시인의 특별한 문인화] "그는 사람이었다"

[김주대 시인의 특별한 문인화] "그는 사람이었다"

김주대 시인 겸 문인화가
2014.03.25 07:40

<14> 한 끼

아직 가게들이 문을 열지 않은 새벽 청과물 시장에서 그를 보았다. 한눈에 보기에도 그는 노숙자임이 틀림없었다. 때에 전 바지, 산발한 머리. 거리 생활을 한 지 상당히 오래 된 것 같았다. 눈동자는 풀렸고 힘없이 움직이는 팔다리는 몸에 겨우 붙어 있었다.

흐느적흐느적 걷던 그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발아래를 한참 내려다보고, 또 주변을 둘러보더니 무언가를 툭툭 차서 한쪽으로 몰고 갔다. 문 열지 않은 가게 앞에 앉아 발로 몰고 간 것을 들고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다. 반쯤 썩은 사과 하나였다. 배가 얼마나 고팠을까.

사과를 발견하자마자 곧장 주워들지 않고 사방을 슬쩍 둘러보고 한쪽으로 몰고 간 이유는 그가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으로서의 체면과 눈치가 그에게는 있었다. 위태롭지만 그의 의식은 아직 짐승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사람이었다, 우리와 똑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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