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가 노래하는 남자의 감성, 통쾌하던데요?”

“소프라노가 노래하는 남자의 감성, 통쾌하던데요?”

양승희 기자
2014.10.14 08:23

[인터뷰]'고음악계 한류스타'임선혜,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에서 첫 독집 발매

고음악계의 한류스타로 유럽 무대를 배경으로 활동하는 소프라노 임선혜./ 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
고음악계의 한류스타로 유럽 무대를 배경으로 활동하는 소프라노 임선혜./ 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

“독일에서 유학을 시작했을 때 작은 습관, 사소한 표정, 행동 하나까지 모두 습득하려고 매일 관찰했어요. 나중에는 제가 다 표현해내니까 ‘동양 애인데 여기서 태어나 자란 것 같다’면서 신기해하더라고요. '임선혜'가 특별해진 건 기본적으로 깔린 유럽적 정서에 동양적 혼(spirit)이 더해졌기 때문이 아닐까요?”

올해로 데뷔 15주년을 맞은 고음악계의 한류스타, 소프라노 임선혜(38)가 첫 솔로 앨범 ‘오르페우스-이탈리아와 프랑스 칸타타들’을 냈다. 노래를 부르면 무시무시한 야수나 생명이 없는 바위마저 감동시켜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는 신화 속 인물 오르페우스를 주제로 만든 이번 앨범은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아르모니아 문디에서 발매됐다. 이 레이블에서 아시아 성악가가 독집 음반을 낸 것은 임선혜가 처음이다.

임선혜는 “아르모니아 문디에서 음반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라며 감격해했다. “보통 음악계에서는 스타가 되기 위해 앨범을 내지만, 이 음반에는 여태껏 성악가로서 지켜온 음악적 자존심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앨범 선곡을 할 때 하나의 주제로 작곡가를 나열하는 방식에는 위험 부담이 따라요. 보통 기교가 많거나 브라보를 받을 수 있는 유명 아리아를 위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하지만 이번 앨범은 제가 음악적으로 보여드릴 수 있는 역량에 집중했습니다.”

소프라노 임선혜가 지난 10일 첫 독집 앨범 ‘오르페우스-이탈리아와 프랑스 칸타타들’을 발매했다./ 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
소프라노 임선혜가 지난 10일 첫 독집 앨범 ‘오르페우스-이탈리아와 프랑스 칸타타들’을 발매했다./ 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

서울대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한 임선혜는 23살이 되던 1998년 독일 칼스루에 국립음대에서 유학했다. 1999년 벨기에 출신 거장 지휘자 필립 헤레베헤에게 발탁된 뒤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파 등 옛 음악을 그 시대의 악기와 연주법으로 연주하는 고음악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왔다. 투명한 음색과 당찬 연기력으로 인정받은 그는 고음악계에서 주목받는 소프라노로 성장했다.

‘돈 조반니’의 체를리나, ‘마술피리’의 파파게나 같은 발랄하고 톡톡 튀는 역할을 맡아왔던 임선혜는 이번 음반을 통해 변신을 시도했다. 슬픔, 비탄, 안타까움 등 서정적인 감성을 부각한 것이다. 특히 소프라노가 사랑에 빠진 남자 오르페우스의 감정을 노래한다는 점에 눈길이 간다. 그는 16번 트랙에 수록된 장 필리프 라모의 ‘사랑이여, 네가 이 죄를 저지르게 하는구나’를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꼽았다.

“여자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네 탓이다’라고 말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오르페우스가 아내 에우리디체를 향해 ‘사랑, 너 때문에 내가 죄를 저질렀구나, 다시 돌려놓으라’고 부르짖는데 그 부분이 신기하면서도 통쾌한 면이 있더라고요. ‘남자들은 이렇게 사랑하는구나’ 상상하면서 노래하는 일이 재밌었어요.”

“고음악을 알리는 일에 사명감을 갖고 있다”는 임선혜는 “사운드의 크기가 작은 대신 연주자 간의 소통을 중시하는 것이 고음악의 매력”이라고 힘줘 말했다. “사람들이 웰빙을 위해 음식을 가볍게 먹듯이, 좋은 음악을 조금씩 맛본다는 의미로 고음악을 들어주셨으면 한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많은 사람이 건강한 음악을 듣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소프라노 임선혜가 노래를 부르는 이유였다.

임선혜가 낸 음반 ‘오르페우스-이탈리아와 프랑스 칸타타들’ 커버./ 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
임선혜가 낸 음반 ‘오르페우스-이탈리아와 프랑스 칸타타들’ 커버./ 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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