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는 보물처럼 쓰레기를 뒤지는 고고학자입니다”

“예술가는 보물처럼 쓰레기를 뒤지는 고고학자입니다”

양승희 기자
2014.10.14 08:12

[인터뷰]세계적인 큐레이터 니꼴라 부리요, 리움 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 특별강연

세계적인 큐레이터 니꼴라 부리요가 13일 리움 미술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특별 강연을 했다./ 사진제공=리움미술관
세계적인 큐레이터 니꼴라 부리요가 13일 리움 미술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특별 강연을 했다./ 사진제공=리움미술관

“오늘날의 예술가들은 고고학자입니다. 사회에서 의도적으로 무시되거나 거부된 파편과 잔해들을 수집하는 사람들이죠. 추하거나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공적 영역에서 추방됐던 소재를 다시 끌고 들어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전면에 내세웁니다. 마치 보물처럼 쓰레기를 뒤지는 겁니다.”

발언의 주인공은 ‘관계의 미학(1998)’, ‘포스트 프로덕션(2002)’, ‘래디컨트(2009)’ 등 미술 전공자라면 책장에 한 권 씩은 꽂혀 있을 유명 이론서들을 발표한 프랑스의 미술 평론가이자 큐레이터인 니꼴라 부리요(49). 지난 2004년 문을 연 리움 미술관이 13일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만든 특별 강연 자리에서다.

그의 강연 소식을 들은 미술 애호가 200여 명이 강당 가득 자리를 채웠다. 부리요는 1990년부터 베니스 비엔날레, 리옹 비엔날레, 타이페이 비엔날레 등 유럽 각지에서 크고 작은 전시를 기획하는 동시에 미학에 관한 이론적 작업을 수행했다. 미술 이론서를 통해 예술과 삶의 관계에 관한 질문을 불러일으킨 그는 현재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손꼽힌다.

리움 미술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특별 강연을 연 니꼴라 부리요는 최근 새롭게 제시한 '탈정형성(exform)' 개념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제공=리움미술관
리움 미술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특별 강연을 연 니꼴라 부리요는 최근 새롭게 제시한 '탈정형성(exform)' 개념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제공=리움미술관

“예술가의 활동은 개가 주인이 던져버린 뼈를 다시 물고 돌아오는 활동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부리요는 20세기 모더니즘 예술의 역사를 되짚으면서 영국의 아티스트 리암 갈릭이 한 말을 인용했다. “예술은 매춘부, 하인, 노동자 등 사회가 주목하고 싶어 하지 않아 바깥으로 내던진 이데올로기들을 다시 공적 영역 안으로 끌고 들어와 불편함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부리요는 정적인 상태로는 포착하기 힘든 이 배제와 포용의 과정을 ‘탈정형성(exform)’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예술은 역사에 기록된 승자의 역사가 아닌 역사의 반대편에 선 패자들의 역사를 보여줌으로써 현재 세계를 지탱하고 있는 실체가 무엇인지 파헤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봄 ‘탈정형성’을 제목으로 한 새 미술 이론서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21세기 기술 문명에 발달에 따라 인간이 소외되고 있는 현상에도 주목했다. 이전에는 자연과 동물, 다른 인간과의 관계에 관해 주로 이야기했다면, 현대에는 ‘기계’가 우리의 관계 영역에 주요한 객체로 포함됐다는 것. 부리요는 “예술이란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과 관계를 맺는 과정이며, 앞으로 기계와 소통하는 시간이 늘어감에 따라 미래의 예술을 설명하는 핵심 소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부리요는 “배제되고 소외된 것들을 보물처럼 여기는 예술가들이 앞으로도 끊임없이 사회의 곪은 부분을 사회 전면에 드러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가들이 인간과 관계를 맺는 모든 대상에 관심을 두는 이유, 아름다운 것만 주목하는 세상에 추한 것을 사랑하는 예술가의 존재가 필요한 이유에 대한 부리요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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