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내일의 경제’… 복잡계 과학이 다시 만드는 경제학의 미래

'기상청의 소풍날에도 비가 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날씨를 가장 잘 알아야할 사람들이 비를 예측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 말이 경제학에도 적용된다는 주장이 있다. 경제학자들은 폭풍우 같은 경제위기가 우리 사회에 모습을 드러내기 바로 직전까지도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는 기상 예보관과 닮았기 때문이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세상의 흐름에 따라 글로벌 경제 시장도 매일 요동친다. 그럼에도 경제학자들은 "시장만큼은 본질적으로 안정돼 있으며 어떤 변화무쌍함도 없다"는 신념에 사로잡혀있다. 이 같은 '얼빠진 발상'에 빠진 경제학자들이 다가오는 폭풍을 제대로 예견하지 못한 결과, 우리는 코앞에 다가온 경제위기도 눈치 채지 못하고 무방비 상태로 공격당했다.
'내일의 경제'는 미국의 물리학자 마크 뷰캐넌이 양자 역학, 응집 물질 물리학, 복잡계 이론, 네트워크 이론 등 자신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인간의 사회적 행동에 숨어있는 양식은 물론 경제 체제의 흥망성쇠를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경제학자들이 경제 예측에 실패하는 주된 원인을 애덤 스미스가 주장한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과도한 집착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시장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안정돼 있으며 일시적인 혼란이 있더라도 스스로 조정한다"고 보는 고전 경제학의 '평행 이론'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기본 신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설명할 수 없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금융 기관의 연쇄 부도, 예금자들의 대량 인출 사태, 단기간 일어나는 증시 폭락, 100만분의 1초에 이뤄지는 초단타 매매 등이 '평형성'에 대한 맹신으로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한 대표적인 예다. 시장은 언제나 합리적인 소비자들이 모여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유롭게 거래된다고 믿는 경제학자들에게 시장의 혼란과 비합리성은 이론적으로 성립되지 않는 '일시적이고 희귀한 사건'인 셈이다.
뷰캐넌은 내일의 경제 날씨를 제대로 예견하고 앞으로 닥쳐올 폭풍에 맞서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탈평형적 사고'로 전환해야 함을 강조한다. 또 빠르게 변동하는 경제 상황을 이해하려면 가장 먼저 금융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각 국가와 금융기관에 분할된 과거의 데이터들을 통합해 금융 주체들 사이의 상호 연결망을 이해하자는 의미다.
또한 오늘날 시장의 충격이 급격하게 규모와 범위를 확장시키는 '양의 되먹임'을 핵심 개념으로 제시한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의 도화선이 된 저신용 주택 담보 대출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대표적인 예다. 시스템에 주어진 작은 변동이 시장의 안정성을 벗어나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과정, 즉 양의 되먹임 현상을 연구하는 것이 '평형의 신화'에서 벗어나는 첫 걸음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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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자연계와 분리됐다고 생각해왔던 시장마저 자연과 인간 사회의 일부라고 말한다. '내일의 경제'는 이 사실을 잊고 살던 경제학자들의 옆구리를 찔러 이제라도 시장의 비평형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일러준다.
◇내일의 경제=마크 뷰캐넌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432쪽/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