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되는 사건의 나날들…글로 진정성있는 소통나서야"

"말도 안되는 사건의 나날들…글로 진정성있는 소통나서야"

김고금평 기자
2014.10.25 06:53

[인터뷰] 창립 40주년 맞은 한국작가회의 이시영 이사장…"고은·신경숙서 박노해까지 품는 개방성"

올해 설립 40주년을 맞은 한국작가회의의 이시영 이사장은 "40년의 버팀목은 좋은 작품을 생성해온 다양한 색깔의 작가들 덕분"이라고 했다. 이 이사장이 22일 개막행사에 앞서 전시된 김주대 시인의 문인화전 중 '시를 찾아서'라는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임성균기자 tjdrbs23@
올해 설립 40주년을 맞은 한국작가회의의 이시영 이사장은 "40년의 버팀목은 좋은 작품을 생성해온 다양한 색깔의 작가들 덕분"이라고 했다. 이 이사장이 22일 개막행사에 앞서 전시된 김주대 시인의 문인화전 중 '시를 찾아서'라는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임성균기자 tjdrbs23@

1974년 1월7일. 유신헌법에 대해 문인 60명이 개헌 청원을 발의했다. 다음날 경찰들이 들이닥쳐 '문인간첩단' 사건을 만들어 잇따라 문인들을 구속했다. 이에 문인들이 긴급조치 하에서 "침묵해선 안되겠다"며 나섰다. '유신 시위', '표현의 자유' 이 두 가지 강령을 앞세워 출발한 협의회가 그해 11월18일 출범한 자유실천문인협의회다.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은 한국작가회의는 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 후신이다. 당시 대학원생이던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65돚사진)은 정권에 탄압받던 김지하 시인의 석방을 위해 협의회 창간멤버로 참여했다.

"당시엔 또렷한 정치활동의 목적이 있었죠.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한국작가회의는 대중 문인조직으로 색깔이 바뀌었어요. 자유와 민주주의를 이어받자는 정신은 있지만 현재 강령으로 채택되지는 않아요. 그만큼 자유롭게 문인들의 활동이 보장된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현재 한국작가회의에 참여하는 회원은 지회까지 모두 3000명. 작가회의는 이 중 회원 1000여명의 자발적 회비로 운영된다. 이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에 불법시위를 하는 민간단체는 정부지원을 받을 수 없다고 해서 받지 못했다"며 "지원받기 위해선 각서를 쓰라고 해 거부했다"고 전했다.

40년을 이어온 비결로 이 이사장은 "작가들이 글을 잘 쓰기 위해 모인 게 핵심"이라고 했다.

올해 재선임된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올해 재선임된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1966년 발간된 '창작과 비평', 1970년 창간된 '문학과 지성' 등 계간지를 통해 유명한 작가들이 발굴됐고 신경림 시인의 시집 '농무'(1973년), 황석영의 단편집 '객지'(1974년)의 영향으로 문단의 질이 높아졌어요. 그런 작가적 성과가 없었다면 작가회의의 명성이나 생명력도 금세 사그라졌을 거예요."

한국작가회의의 자부심은 '문호 개방'에 있다. 20대 황인찬 시인부터 80대 고은 시인까지 세대를 가로지르는 문인들이 함께 어울려 활동하고 한때 폐쇄적일만큼 갇혀 있던 진영논리에서도 완전히 벗어나 신 장르와 사고를 적극 받아들였다.

"한때 민족문학이 전부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좁은 울타리에 우리 스스로를 가둬놓은 데 대한 자기비판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보니 훌륭한 작가가 많이 모였어요. 고은, 신경숙, 박노해…. 한국작가회의의 최고 자부심은 건강하고 훌륭한 작가가 많이 모였다는 거예요."

김주대 시인이 40주년 창립행사(22~28일)에서 전시회를 맡은 것도 작가회의의 열린 자세 덕분이다. 김 시인은 1980년대 민족문학 내에서도 노동자와 농민을 대표하는 급진적 계열이었는데 진영논리가 사라진 지금의 그는 '돌아온 탕아' 이미지의 서정시인으로 불린다.

"그 사이 김 시인은 학원을 운영하면서 망하기도 하고 산전수전 다 겪으며 탕아처럼 돌아왔죠. 머니투데이에 연재된 글과 그림을 보면 직관적이면서 페이소스(연민)가 느껴져서 전시회를 통해 격려하고 우애의 정신도 나누고 싶었어요."

한국작가회의가 보는 이 시대 지식인의 역할은 무엇일까. 이 이사장은 "진정성"이라고 했다. "김훈 소설가가 팽목항을 찾고 박민규 소설가가 '눈먼 자들의 국가'를 통해 세월호를 정념(情念) 되고 진정성 있는 언어로 토로해 울림을 자아내게 한 게 지식인들이 보여주는 소통과 공감의 능력 아닌가요?"

이 이사장은 "작가도 하나의 개인 정부니까 각자 좋은 작품을 쓰는 걸 최고 목표로 삼아야 한다"면서 "하지만 작가는 또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 사회 젊은 작가들의 소통에 대한 믿음을 굳게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이사장은 차분하지만 강단 있는 목소리로 현 세태를 조명했다. "유신시대에 맞서 시작한 게 한국작가회의인데 지금 40년 만에 다시 의사(擬似) 유신시대와 맞서고 있네요. 세월호 사건 이후 일련의 정부 움직임을 보면서 걱정이 앞설 따름입니다. 세월호 사건에서 보듯 정부의 무능과 나태, 검열 등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도 훼손할 정도입니다."

창립 40주년을 맞아 한국작가회의는 편찬위원회와 행사위원회를 구성했다. 편찬위는 오는 11월22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리는 창립기념식에 맞춰 '한국작가회의 40년사: 1974-2014'라는 정사와 '증언: 1970년대 문학운동'이라는 증언록을 발간한다. 행사위는 11월 중 '젊은 문학선언-문학과 희망의 백년대계'라는 주제로 낭독회와 토론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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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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