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무자격 가이드' 극성, 관광객들 버려두고 숨기까지…

[르포]'무자격 가이드' 극성, 관광객들 버려두고 숨기까지…

이지혜 기자
2014.10.27 10:21

무자격 가이드 단속 나서면 카톡으로 소식 알고 피해, 데이투어 가이드에 특히 무자격 많아

경복궁 앞 외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사진=이지혜 기자
경복궁 앞 외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사진=이지혜 기자

지난 24일 경복궁 옆 주차장에 대형버스 50대가 빈자리 없이 가득 주차 돼 있었다. 목요일을 맞아 주말을 끼고 한국 여행을 온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나르는 관광버스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중 한 버스가 관광객들도 태우지 않은 채 급하게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잠시 후 경복궁 관람을 마친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이들은 당초 버스가 주차돼 있던 곳은 쳐다보지도 않고 주차장을 지나 일반도로 쪽으로 걸어갔다. 이들을 안내하던 가이드는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기자가 관광객 중 한 명에게 물어보니 그는 "가이드가 볼 일이 있다며 버스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고 먼저 갔다"며 "버스는 당초 주차돼 있던 곳이 아니라 그 옆 도로에 있다고 해서 그쪽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광객들의 가이드는 버스가 임시 정차한 곳에 갔어도 나타나지 않았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버스에 탑승하고 기다리기를 10여분. 버스 기사는 가이드를 태우지 않은 채 버스를 몰고 떠났다. 이 관광객들을 안내해야 할 가이드가 이날 한동안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무자격 가이드의 합동 단속 때문이다.

이날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와 중구, 종로구, 강남구 등 외국인 여행사가 대거 등록돼 있는 관할 구청 담당자들이 합동점검반을 꾸려 '무자격 가이드' 단속에 나섰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특히 많이 찾는 경복궁과 북촌, 동대문 등 주요 관광지에서 무자격 가이드 적발에 나선 것이다. 이번 단속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방한 중국인 관광객의 내실화를 기하겠다고 발표한 뒤 즉각적으로 이뤄진 조치다. 문체부는 중국 뿐 아니라 모든 외국인 관광객 유치 여행사에 대해 무자격 가이드 고용 3회 적발시 영업 정지 처분을 내리는 삼진아웃제를 도입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무자격 가이드 단속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날 단속에 참가한 이호승 강남구청 관광민원팀 주무관은 "가이드 1~2명에게 다가가 자격증을 확인하는 순간 순식간에 가이드들끼리 전용 카카오톡 단체방에 단속 사실을 알린다"며 "무자격 가이드 단속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복궁 주차장 모습/사진=이지혜 기자
경복궁 주차장 모습/사진=이지혜 기자

관광경찰이 지난해 10월 출범한 이래 꾸준히 무자격 가이드 단속을 실시해 올 들어 9월까지 368건을 적발했지만 여전히 불법 가이드는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단속이 강화되자 이른바 '시팅(seating)가이드'로 방향을 틀어 단속이 더욱 어렵다. 시팅 가이드는 단속이 뜨면 자격증을 제시하는 유자격 가이드로 실제 관광객 안내는 무자격 가이드가 맡고, 이 시팅 가이드는 자격증만 빌려주는 셈이다.

아울러 '스루(through)가이드'도 횡행하고 있다. 스루 가이드는 해당 국가의 가이드가 아예 본국에서부터 여행객을 인솔해 들어오는 경우로 한국에서 가이드를 하려면 따로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자격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유여행객이 많아지면서 자유여행객에게 하루만 가이드를 해주는 ‘데이투어’도 급증하고 있는데 이렇게 1~10명 단위의 소규모 여행객들의 안내는 더더욱 불법 가이드의 온상이 되고 있다.

남완우 한국통역안내사협회 사무국장은 "가이드는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하는 최접점으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와 직결된다"며 "정부 차원에서 여행사가 무자격 가이드를 고용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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