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현장에서 본 경제위기 대응실록'

"한국은 저임금의 중국과 고기술의 일본의 호두가위에 낀 운명이다. 변화를 위한 행동은 없고 논의만 무성하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종국에는 변화를 강요당할 것이다."
한국경제가 'IMF환란'을 목전에 둔 1997년 10월에 미국의 컨설팅업체 부즈앤드앨런이 내놓은 '21세기를 향한 한국경제의 재도약'에 언급된 내용이다. 바로 '넛크래커'론이다. "한국은 비용의 중국과 효율의 일본의 협공을 받아 마치 호두까기 기계인 '넛크래커' 속에 끼인 호두처럼 됐다"는 주장이다.
대한민국 경제는 'IMF환란'을 극복하고 '넛크래커'의 악몽에서 탈출한 듯했지만 최근 일본의 엔저공세와 중국의 기술추격으로 '신넛크래커'에 빠졌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과거와 비슷하지만 또 다른 위기 속에서 한국경제는 어디로 가야 할까.
저자 강만수는 'IMF환란'으로 불리며 아직도 상흔이 남은 1997년 '아시아금융위기' 당시엔 재정경제부 차관으로, 지금도 끝나지 않고 이어지는 2008년 '글로벌경제위기' 때는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다.
재정경제부 차관으로서 '아시아금융위기'가 눈앞에 왔을 때 단기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글로벌금융기업 회장들과의 만남은 물론 일본 대장성(현 재무성) 차관에게 편지로 호소한 이야기, '리더십' 부재로 인한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등 관련부처의 유기적 연계 부족이 환란의 원인 중 하나였음을 회상한다.
그리고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서 한·미 통화 스왑을 이끌어내며 2008년 '글로벌경제위기'에 대응한 막전막후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푼다.
미국 등에서 '헬리콥터로 돈을 뿌렸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의 양적완화가 이뤄졌지만 저자는 그 결과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근본적 개혁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뿐만 아니라 현행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예비내각' 형태로 구성돼야 함을 강조하고 선제적 위기대응의 중요성, 투자환경 조성 등을 제언한다.
◇현장에서 본 경제위기 대응실록=강만수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544쪽. 2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