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아, 네 기타로 틀려도 웃고 넘겨주라"

"수현아, 네 기타로 틀려도 웃고 넘겨주라"

안산=김고금평
2015.03.08 15:23

[인터뷰] 8일 오후 4시16분에 공연하는 A.D.H.D…세월호 친구를 향한 뜨거운 '우정의 무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 박수현군의 친구들이 수현의 버킷리스트 중 '공연 20회하기' 꿈을 들어주기위해 8일 오후 4시16분에 공연을 펼친다. 친구들은 올해 1번, 내년 19번의 공연을 펼치기로 했다. 왼쪽부터 김재강(드럼), 나기훈(베이스), 김재성(기타) /안산=김고금평 기자 danny@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 박수현군의 친구들이 수현의 버킷리스트 중 '공연 20회하기' 꿈을 들어주기위해 8일 오후 4시16분에 공연을 펼친다. 친구들은 올해 1번, 내년 19번의 공연을 펼치기로 했다. 왼쪽부터 김재강(드럼), 나기훈(베이스), 김재성(기타) /안산=김고금평 기자 danny@

“수현아, 너와 할 때랑 많이 달라. 틀려도 웃고 넘겨주라. 재성이가 리더가 됐지만, 모르는게 많으니 네가 타박도 좀 많이 하고….” 기훈이는 이 말을 하고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공연에 연주할 곡이 다 네가 좋아했던 것들이야. 네가 아끼던 기타 내가 잠깐 빌렸으니 너무 뭐라 하지 말고 잘 쓰고 돌려줄게.” 재성이도 안경 너머 쏟아지는 눈물을 감당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단원고 2학년 고 박수현군의 친구들이 7일 오후 안산시 단원구 하늘공원에 모였다. 8일 오후 4시16분 서울 롤링홀에서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공연에 앞서 친구 수현에게 인사하는 자리였다. 수현이 생전 가장 좋아했던 록그룹 국카스텐의 곡 ‘거울’도 스마트폰으로 함께 울려퍼졌다.

이 공연은 김재강(드럼), 김재성(기타), 나기훈(베이스) 세 친구가 수현의 생일인 지난 1월17일 집에 들렀다가 수현이 생전 작성한 버킷리스트 25개 중 ‘A.D.H.D 공연 20회하기’를 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어렵게 뜻을 모아 진행한 기획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 공연은 수능을 앞둔 고3의 특수 상황을 반영해 올해 1번, 내년에 19번을 추진할 계획이다.

A.D.H.D는 중학교 시절부터 밴드 활동을 한 수현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새로 만든 밴드명이다. 수현은 밴드에서 리더 역할을 했다. 중학교 시절 함께 한 밴드 멤버 7명, 고등학교 밴드 멤버 6명 등 13명 중 단원고에 진학한 학생 5명이 세월호 참사 로 희생됐다.

안산시 단원구 고 박수현군의 방에는 각종 악기들이 즐비하다. 수현군이 용돈을 모아 구입한 키보드와 어쿠스틱 기타 2대, 전자기타 1대가 방안에 배치돼 있다. 전자기타는 수현군의 친구 재성군이 이번 공연에서 연주하며, 가운데 수제 어쿠스틱 기타는 부활의 기타리스트 김태원이 아버지 박종대씨에게 한 TV프로그램에서 선물로 기증한 것이다. 안산=김고금평 기자 danny@
안산시 단원구 고 박수현군의 방에는 각종 악기들이 즐비하다. 수현군이 용돈을 모아 구입한 키보드와 어쿠스틱 기타 2대, 전자기타 1대가 방안에 배치돼 있다. 전자기타는 수현군의 친구 재성군이 이번 공연에서 연주하며, 가운데 수제 어쿠스틱 기타는 부활의 기타리스트 김태원이 아버지 박종대씨에게 한 TV프로그램에서 선물로 기증한 것이다. 안산=김고금평 기자 danny@

세 친구는 수현과 중학교 동창생이다. 친구들은 “음악을 너무나 좋아한 수현이의 못다 꾼 꿈을 우리가 조금이라도 이뤄주고 싶었다”며 “재수는 없다는 각오로 공연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이 기억하는 수현은 음악, 특히 록 음악을 좋아하고 잘하는 든든한 리더였다. “중학교 때 수현이 덕분에 밴드 동아리가 생겼어요. 그 전엔 동아리 모임 자체가 없었거든요. 수현이가 열심히 교감께 편지를 써서 전달한 덕분에 연습할 공간이 생겼거든요.”(재성)

인터뷰에 동참한 어머니 이영옥씨가 그 때 아들의 표정을 또렷이 기억해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마침내 동아리를 만들었다고 자랑하며 흥분하던 표정을 잊을 수 없어요. 아들의 자부심 넘치는 표정을 본 게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것 같아요.”

수현은 어릴 때부터 음악의 재능이 남달랐다. 아버지 박종대씨는 “각종 물건의 소리에서 나는 음을 맞추는 TV 프로그램에서 아들은 초등학교 때 이미 계이름을 다 맞췄다”고 기억했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는 마지막 문자를 남기고 간 수현은 생전 음악 활동에서도 따뜻하고 진지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연주 활동이 짧은 기훈은 수현에게 특히 진 빚이 많다고 했다.

기훈은 “악보도 친절하게 알려주고, 조율도 잡아주고 코드도 가르쳐줬다”며 “합주실에 갈 때마다 수현의 흔적에 울컥한다”고 했다. 재강은 “평소에는 착했지만, 합주때는 진지했다”며 “리더십이 강해 멤버들이 많이 따랐다”고 했다.

고 박수현군의 세 친구가 8일 공연에 앞서 7일 안산시 단원구 하늘공원을 찾아 친구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안산=김고금평 기자 danny@
고 박수현군의 세 친구가 8일 공연에 앞서 7일 안산시 단원구 하늘공원을 찾아 친구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안산=김고금평 기자 danny@

“수현이는 TV에 자주 등장하는 일반 팝을 기피했어요. 대신 ‘톱밴드’에 나오는 밴드 음악에 유독 관심이 많았어요. 컴퓨터로 만들어진 음악은 진짜 음악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쇼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죠.”(재성)

이번 공연에서 재성은 새 기타를 살까 고민하다 수현의 전자기타를 들고 연주하기로 했다. 기타에 실린 그의 열망과 의지, 소원을 무대에서 실현하기위해서다.

세 친구는 공연의 마지막 무대에 오른다. YB의 ‘박하사탕’, 시나위의 ‘라디오를 크게 켜고’, 국카스텐의 ‘거울’ 세 곡을 연주한다. 모두 수현의 애창곡이다. 각 곡의 노래는 브로큰발렌타인, 게이트플라워즈 등 프로 밴드의 보컬이 피처링으로 도와준다.

친구들은 ‘박하사탕’을 제외한 두 곡은 처음 준비하는 연습곡이라 하루 3시간씩만 자고 연습했다고 한다.

“수현이가 버킷리스트에서 적은 ‘공연’의 의미가 자신을 기억해달라고, 자신의 꿈을 이뤄달라고 친구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부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부탁, 잊지 않고 꼭 들어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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