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내 데이터를 가져다 뭐하게'…디지털 시대의 자기결정권

우리의 일상은 데이터를 통해 완벽히 저장된다. 아침에 일어나 스마트폰을 확인하면 기지국에서 내 위치를 확인한다. 문을 나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CCTV가 나를 찍고 있고, 지하철을 타면 교통카드가 찍혀 거래 내역이 저장된다.
몇 번의 CCTV를 거쳐 지하철 교통카드를 찍으면 내가 내리는 곳이 기록된다. 회사 건물을 들어가면서 보안카드를 찍는다. 다시 CCTV를 거쳐 컴퓨터 앞에 앉으면 그 때부터는 내가 보내는 메일, 문자, 통화 등이 각종 기관에 데이터로 저장된다. 하루가 끝날 때까지 이 일은 반복되며 다음 날에도 다시 기록의 일상이 시작된다.
영국의 소설가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서 등장한 '빅브라더'가 현실화 되고 있다. 나를 감시하는 데이터는 다양한 기업에 분산돼 저장되지만 이 데이터가 하나로 모이는 순간, 내 삶에 '프라이버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독일의 젊은 정치인 말테 슈피츠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얼마나 누구에게 저장돼있는지 접근하려 수년간 노력했다.
그가 통신회사로부터 받은 데이터 속 3만5830행으로 이뤄진 표에는 6개월간의 삶이 기록돼있었다. 각 행에는 그가 했던 통화, 문자메시지, 이용한 웹사이트, 그가 받은 이메일이 기록돼 있었다. 하루에 약 200개씩 말테 슈피츠에 관한 정보가 저장됐다. 초 단위로 정확하게 기록된 이 정보는 그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경찰과 정보기관에 의해 분석되고 평가될 수 있다.
말테 슈피츠는 "국가가 국민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이른바 통신정보저장법이 이 같은 모습이다"고 지적한다.
세상에 쌓이는 정보가 통신기록만은 아니다. 컴퓨터와 신용카드, CCTV, GPS, 전자칩 단말기, 사물인터넷 등의 사용이 급증하면서 우리에 관한 데이터는 도처에 생성되고 가공된다. 이런 정보는 대부분 광고 효과와 기업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활용되지만 국가권력과의 은밀한 결탁으로 시민을 감시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말테 슈피츠가 쓴 '내 데이터를 가져다 뭐하게'에 따르면 2014년 독일 국가정보기관이 도이체텔레콤에 요청한 고객정보 요청 건수는 무려 43만 건에 달한다. 평균적으로 매일 1200번, 1분에 한번 꼴로 개인의 자료가 국가에 넘어간 셈이다.
독일에만 국한된 사안은 아니다. 지난해 다음카카오 '카카오톡' 감청 사태를 통해 우리가 주고받은 일상적인 메시지가 국가 기관에 의해 감청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게 됐다. 일부에서는 해외 메신저로 '사이버 망명'을 떠나는 일도 감행했다.
독자들의 PICK!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가 주고받는 대화와 일상 행동은 위치정보와 함께 데이터로 저장된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 인터넷 기업은 우리가 누구와 대화를 하는지, 구매한 아이템으로 무엇을 하는지, 어떤 노래를 즐겨 듣는지, 어떤 것을 삭제하는지 점점 더 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게 됐다.
'내 데이터를 가져다 뭐하게'에서 말테 슈피츠는 더 편리해지는 세상을 거부하고 뒤로 숨을 필요는 없다고 제언한다.
다만 '자기결정권'을 잃지 않기 위해 △자기 정보가 어떻게 저장되고 가공되는지, 어디에 전달되는지를 직접 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 △ 고객 데이터가 유출되거나 분실, 거래됐을 경우 기업은 고객에서 변상해야한다는 등 12가지 명심해야 할 제언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디지털 시대에 자기결정권을 갖고 살아가기를!"
젊은 독일의 정치가 말테 슈피츠가 독자에게 하는 최소한의 당부이자 외침이다.
◇내 데이터를 가져다 뭐하게=말테 슈피츠, 브리기테 비어만 지음·김현정 옮김. 책세상. 284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