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서재]'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 다르거나, 튀거나, 어쨌거나

다른 이들의 콘텐츠를 눈여겨보다 저자로 만들어주고 책으로 엮어주는 직업. 출판사 사장이나 편집자 중 글깨나 쓰는 이들 적지 않다. 물론 전업 작가가 출판업을 겸하는 경우도 있다. 솔직히 그런 분들 만나면 시쳇말로 ‘내공이 장난이 아님’을 느낀다. “자기가 쓰고 싶기도 할 거 같고, 혹은 설익은 작가 비위는 어찌 맞출까”하는 생각도 든다.
아직 만나보지 못했지만, 김홍민 북스피어 사장도 그런 이 중 하나로 꼽힌다. 체계적으로 출판업을 배운 적 없어 자신을 ‘야매 출판인’으로 칭하는 사람. 배짱이 어느 정도일지 감이 온다.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에는 어깨 힘주고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큰 출판사라면 엄두도 못 낼 사고를 10년간 꾸준히 친 얘기들이 담겨있다.
책에 뜬금없는 문구를 몰래 숨겨놓고 찾아보라는 따위의 이벤트는 별거 아니다. 작정하고 8권의 책을 낸 후(3년간), 독자들이 비웃으며 다 버렸을 ‘띠지’에 숨겨놓은 알파벳 8개를 모두 가져오면 거금 20만원 어치의 도서상품권을 준다는 이벤트를 벌인다. 혹시 해서 선착순 5명으로 제한했기에 망정이지, 공지가 나오기 무섭게 다 채간 독자들이 있는 거 보면 이미 ‘팬덤’이 형성된 듯하다.(미스터리, 판타지, SF 등 장르문학을 주로 다루니 그럴 수도 있다!)
그의 재미 찾기는 끝내 ‘업자 간 작당’으로도 이어진다. 문 닫을 위기의 출판사의 책을 이리저리 팔아주자 그 출판사는 ‘빌어먹을’ 다시 책을 만들게 됐다나. 바로 망하지 않은 그 출판사 사장은 김 사장한테 전화 걸어 그의 얼굴을 담은 머그컵을 제작하겠다는 양해를 구했다. ‘작당’이 성사되는 순간이다. “이왕지사, 좀 더 재미있게 함께 해봅시다!” 두 사장이 작당한 결과물이 바로 페이스북을 뒤집어지게 한 이벤트였다. ‘아아 사람들아 책 좀 사라’(김훈 작가의 자전거 여행 서문)라는 문구와 김 사장의 얼굴이 들어간 머그컵의 등장이다.
김 사장은 “함께 책을 만든다는 연대감이 느껴져 든든하기 때문에 작당해 일을 벌이는 모습을 보는 게 좋다”고 말한다. 그가 추구하는 재미가 재미 그 이상임을 알 수 있다.
직원 단 세 명, 광고하고 언론사 쫓아다니며 책 소개해달라고 할 여력 있을 리 없다. 이 때문에 ‘1인 출판사’로 시작한 북스피어 김 사장이 직접 쓴 이 책은 북스피어를 알리는 그 다운 ‘영리’한 마케팅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영리함은 유쾌하고 황당한 다양한 실험으로 구체화 됐으니 이야기로써도 충분히 재미를 갖춰 얄밉지 않다. 그러고 보니 ‘어크로스’라는 비슷한 처지의 이웃 출판사에서 이 책을 냈으니 이번 출간은 또 다른 ‘작당’이 분명해 보인다.
아이에게 노력보다 더 센 게 ‘재미’라고 말하는 부모라면,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을 거라며 풀죽어 있는 직장인이라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 고객의 참여와 역발상을 고민하는 마케터라면 이들의 재미와 놀이를 ‘힌트’ 삼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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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재미를 찾아야 의미가 있지 않은가. 일부러라도 ‘다르게 튀게 어쨌거나’ 사고를 치는 사람의 뇌 속을 들여다보는 일도 재미에서 시작하면 된다.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김홍민, 어크로스, 328쪽, 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