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엔가 두고 내린 '시'를 짚어가는 시간

어디엔가 두고 내린 '시'를 짚어가는 시간

이상헌 기자
2015.06.27 03:20

[따끈따끈 새책]'시를 잊은 그대에게'…'시'를 사랑하는 교수의 영혼을 적시는 명강의

"비평가의 말투나 난해한 해설이 아니라 독자와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특히 삶의 의미와 관련해 스토리텔링으로 전해주고 싶었다. 삶의 의미와 연관한 스토리를 통해 소통과 공감, 문화적 기억들의 공유를 지향했다.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오히려 기성세대의 문화적 유산을 신선하게 알려주고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고 싶었다."(한양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정재찬 교수)

난해한 '시 읽기'가 아닌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시 읽기'를 모든 계층의 독자에게 전하고 싶다는 집필의도를 분명히 했다.

국어교육과 교수로서 제자들을 교사로 키우고 있는 저자는 윤형주가 만든 '오오오오~ 오란씨' 오란씨 광고, '이 소리는 용각산이 아닙니다' 용각산 광고,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설운도의 '잃어버린 30년' 등 다양한 장르를 넘다들며 46편의 명시를 소개한다.

이 책은 '시'와는 담을 쌓았을 것 같은 공대생을 중심으로 진행한 저자의 '문화 혼융의 시 읽기'라는 강좌의 내용을 엮었다. 한양대에서 최고의 교양강좌로 뽑혔으며 메마른 공대생을 감동시킨 '시 읽기' 강좌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저자는 배창호 감독의 '기쁜우리 젊은날', 이정국 감독의 '편지', 허진호 감독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공통점을 묻는다. 무엇일까. 미녀배우가 출연한다는 것 외에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와 연관됐다는 점이다. 다른 2편의 영화와 달리 시가 직접 나오지 않는 '8월의 크리스마스'지만 영화 속 정원의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라는 대사와 '즐거운 편지'의 기다림, 사랑, 그침의 정서를 이어가며 시 속에 감춰진 것들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노래'의 경우 기존 교과서적 해설이 아닌 가난으로 인해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된 청년과 그 현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시 구절 뒤에 욕설 하나를 슬쩍 붙여 읽어본다면 시가 더 가슴에 와 닿게 된다.

이형기 '낙화', 윤동주 '별 헤는 밤', 천상병 '귀천', 김수영 '눈', 김광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등 교과서에서 딱딱하게 배운 시들도 저자의 특별한 강의를 통해 우리 가슴을 적셔준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정재찬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300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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