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일본 양심의 탄생'…한 일본인의 삶으로 보는 일본 침략사
1996년 9월.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 청구됐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당한 포로에게 손해배상 하라는 것. 원고는 공동원고. 조선계 중국인 오웅근 그리고 그의 전우였던 일본인 오구마 겐지. 일본이 조선인을 위해 자국 정부를 상대로 승률 낮은 법정 싸움에 나섰다.
한 사람의 인생으로 시대와 역사를 풀어낼 수 있다면, 그의 인생에는 얼마나 많은 아픔이 베어 있어야 할까. 책 '일본 양심의 탄생'은 역사학자 오구마 메이지가 일본군 포로였던 아버지의 인생을 통해 일본 침략사를 조망했다.
식민지 국민이었던 오웅근에게 국적은 주어질 뿐이었다. 조선에서 일본, 일본에서 중국으로. 선택의 기회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조선인이 일본인으로 군에 징집돼 포화 속을 끌려 다녔고 다시 자기도 모르는 사이 일본 국적을 상실해 연금, 보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본 정부가 그에게 건넨 건 위로금 5만 엔이 전부.
겐지는 그런 자국의 '보상 원칙'을 비판한다. 민간에서 돈을 모으고 민간단체인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이 위로금을 지급한 것도 진정한 위안부 보상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전쟁 피해 보상의 주체는 국가, 일본 정부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 안에도 '군부에 의한 위안부 동원, 강제징집, 강제징용은 없었다'는 아베 정권에 반대하는 일본인들이 있다. 전쟁 피해자인 겐지와 양심적인 일본인들은 전쟁의 참상과 그로부터 파생된 피해자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공감한다. 일본정부에 '양심을 되찾으라'고 외치는 이들은 우리가 일본정부 수뇌부를 곧 일본 국민들과 동일시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2001년 2월. 두 사람은 패소했다. 예정된 결말에도 오웅근은 분노했지만 겐지는 두 사람의 투쟁 기록을 법원에 남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저자는 참담한 수준의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겐지와 같은 시민 양심에 희망을 건다. 그는 아버지의 일생과 그가 평생 길러온 양심의 힘을 보여줌으로써 한국과 일본 양국의 양심이 한 데 모이기를 바라고 있다.
◇일본 양심의 탄생=오구마 에이지 지음. 김범수 옮김. 동아시아 펴냄. 358쪽.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