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옛 그림에서 정치를 걷다'

드라마 제목으로 더 유명해진 '육룡이 나르샤'는 '용비어천가'의 첫 구절이다. 조선 세종 때 선조인 목조(穆祖)에서 태종(太宗)에 이르는 선왕들을 여섯 용에 비유해 조선 창업의 공훈을 기린 것이다.
'용비어천가'가 문학적 표현을 빌려 조선 건국의 위대함을 칭송했다면, 회화적 표현을 빌려 같은 목적을 이룬 작품으로 안견의 '태조 팔준도'가 있다. 세종은 태조의 조선 창업을 도운 팔준마 형상을 안견에게 그리게 하고, 집현전 학자들에게 찬술토록 했다.
신간 '옛 그림에서 정치를 걷다'는 이처럼 조선의 집권층들이 남겼던 그림을 소개하며 당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무형적 요소들을 살펴본다.
한국민예미술 연구소장인 저자 허균은 옛 그림을 감상하면서 가장 중시돼야 하는 점은 화법이나 양식이 아닌 그림 속에서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바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안평대군이 꿈속에서 보았던 무릉도원의 모습을 그린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단순한 꿈의 기록화이기 전에 안평대군이 권력투쟁 중에 꿈꾼 정치적 야망이 반영된 그림이라고 해석한다. 안평대군은 그 후 그림 속 도원과 흡사한 풍경을 지닌 무계정사에서 측근들과 회합을 갖다가 이를 눈엣가시로 여겼던 수양대군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수양대군이 세조로 즉위한 이후 '몽유도원도'는 금기시되는 비운을 겪었다.
이 밖에도 귀향이나 유배 중에 탄생할 수 있었던 김정희의 '세한도', 김시의 '우도', 심사정의 '탁목조', 출처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선비들의 번민이 투영된 '조어도', 왕의 초상 '어진'에 숨은 뜻 등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옛 그림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 옛 그림에서 정치를 걷다=허균 지음. 깊은나무 펴냄. 256쪽/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