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이 여성 이야기? "남성=울면 안돼" 벗어나는 것·모든 성별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

딸이 울면 부모들은 그 이유를 묻지 않고 달래준다. 아들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남자가 왜 우느냐", "뚝 그쳐라"라는 호통이 돌아온다. 이처럼 남성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레 '남자다워야 한다'는 교육을 받고 자란다. 남자는 강인하고 배짱이 있어야 하며 우월해야 하고 고통과 강점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남성성의 굴레, 일명 '맨 박스'(man box)에 갇혀있는 것이다.
미국의 교육자이자 사회운동가인 토니 포터(Tony Porter)는 아이디어 공유 강연인 '테드'(TED)에서 "남성도 '맨 박스'에 갇혀있지 말라"고 주장했다. '남자다움'을 강요받는 남성들 역시 자연스러운 감정을 억압받고 여성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린 성 차별의 피해자라는 것. 남성들에게도 페미니즘이 필요한 이유다.
◇페미니즘? "남자도 '남자다워야한다'는 성 역할에서 벗어나는 것"
페미니즘은 마치 '여성 우월주의'와 같은 개념으로 인식돼왔다. 각종 여성전용 정책을 통해 여성에게만 특혜를 주는 이념으로도 종종 오해받는다. 페미니즘 때문에 오히려 남성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여성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합니다'의 저자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는 페미니스트를 '모든 성별이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진정한 페미니즘이란 남성도 여성도 잘못된 젠더의 틀을 깰 때 시작된다는 설명이다. 아디치에는 "문화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문화를 만든다"며 "여자든, 남자든 우리는 모두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년 간 연기활동을 중단하고 페미니스트 활동에 전념키로 한 영국 배우 엠마 왓슨 역시 UN 연설에서 성차별은 남성에게도 포함되는 문제임을 강조했다. 그는 "'남자답지 않게 보일까'하는 두려움에 많은 남성들이 도움을 요청할 수 없어 힘들어 하는 것을 봤다. 성평등은 여러분(남성들)의 문제기도 하다"라며 남성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 "성평등 정책, '여성 우대' 넘어 시민으로서 권리 보장해야"
뿌리깊은 성차별을 극복하고 진정한 페미니즘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젠더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학교와 군대의 폭력성, 생계부양 책임, 권위주의적 조직체계, 가족에서의 소외 등 남성 역시 젠더 체계의 틀에 갇혀 있다. 한국사회에서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며 "남성들도 이런 체계에 대한 성찰과 비판적 인식을 가지기 위해 젠더연구나 여성학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성지원 정책이 일괄적으로 '역차별' 논란에 휩싸이는 것도 경계했다. 그는 "집을 지을 때 땅을 고르는 작업처럼 남녀평등이 실질적인 수준으로 가려면 지금까지 축적돼 온 차별적인 행위와 그 결과들을 시정하려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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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숙 박사(서울대 여성학 강사) 역시 "여성할당제는 (무작정) 여성이라고 우대받는 제도가 아니다"라며 "전체 사회의 권력 배분에 있어서 역사적으로 여성이 취약한 위치에 있으니 이를 바꾸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을 주는 한시적인 조치와 장기적으로 남녀평등에 기여하는 정책은 다를 수 있다"며 "성평등 관련 정책의 방향은 여성 우대, 여성 권리 신장에 그치는 게 아니라 성소수자를 포함한 인간, 시민으로서 권리를 보장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