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레코드의 비밀…클래식 LP 제대로 듣기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배우 수지가 남자 주인공과 이어폰을 나눠 끼고 CD 플레이어로 함께 음악을 듣는 장면은 낭만적인 명장면으로 꼽힌다. 특히 요새는 자취를 감춘 CD 플레이어가 첫사랑의 향수를 자극했다는 평이다. 디지털 음원을 스트리밍해 듣는 요즘 시대엔 한때 신문물이었던 CD 플레이어 마저 아련한 첫사랑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촉매제로서 무리가 없게 된 것이다.
신간 '레코드의 비밀'의 저자 곽영호 씨는 이러한 디지털 음원을 '소독된 음악'이라 부른다. CD나 음원 등 디지털 음악은 그릇된 음악 정보를 전달하는데 고음역이 깨끗하게 들리는 대신 저음역의 음악 정보를 제대로 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저자는 관리하기 까다로워도 레코드 판으로 음악 듣기를 고집한다.
성악을 전공하고 지휘와 음악 교육을 공부한 저자는 중학교 음악 교사로 일하고 있다. 10만 장 넘는 레코드 판을 청음했을 만큼 LP에 빠져 사는 LP 마니아다. 새까만 플라스틱 원반이 1분에 33회전 하며 만들어내는 '진짜 음악'의 맛을 알려주고자 책을 펴냈다.
저자도 처음엔 CD의 등장에 열광했단다. LP 음반 수백장을 버리기까지 했다. 감상실을 CD로 차곡차곡 채워 가던 어느 날, CD 사운드를 신뢰할 수 없게 됐다. 명연주자와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는데 오케스트라 반주부 바순의 옥타브 음정이 부정확하게 들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LP 레코드를 확인해보니 웬걸, 레코드의 바순 음정은 틀리지 않았다.
디지털화의 기본 처리 과정에서 충분한 해상도가 확보되지 않을 때, 음악 정보가 원본과 다른 근사값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깨끗한 음질을 확보하는 대신 음악의 기본 구조를 일정 부분 포기하는 셈이다. 그래서 저자는 엄청난 잡음으로 가득한 LP 판이 진짜 음악이라 여긴다. 관객의 기침 소리, 누군가 수군거리는 소리 등 공연장 자체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소음이 들리고 그 잡음들 속에서도 곡에 집중할 때 찾아오는 '편안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진정 좋은 음악이란 듣기 편안한 음악이라 말한다.
이외에 레코드를 둘러싼 문화적·공학적·산업적 배경 지식은 물론이고 실제로 레코드 음악을 어떻게 구해서 들어야 하는지 LP 음악 감상법까지 상세하게 소개돼 있다.
◇레코드의 비밀=곽영호 지음. 앨피 펴냄. 294쪽/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