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노답사회·노오력'…일그러진 청년들의 생존법

'헬조선·노답사회·노오력'…일그러진 청년들의 생존법

박다해 기자
2016.04.15 07:04

[따끈따끈 새책] 조한혜정·엄기호·청년 연구자들이 뭉치다…'노오력의 배신'

"탈조선은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더 비참해지지 않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N포세대, 잉여, 헬조선, 흙수저, 노(NO)답 사회, 혐오, ○○충, 열정페이…"

탈출만이 희망인 돼버린 나라, 생존의 공포로 포기를 선택하는 나라 한국. 청년들의 자화상은 절망 그 자체다.

누군가는 비난한다. 불평만 하고 패기가 없다고. 정치에는 관심이 없고 이기적이라고. 도전정신도 책임감도 없다고 말이다. 정말 한국 청년세대는 아무런 움직임도 만들어내지 못한 채 그저 열패감에만 빠져있는 수동적인 청년들일까.

문화학자 조한혜정, 엄기호, 그리고 청년 연구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전한다. '노오력의 배신'은 이들이 지난 1년 동안 토론과 심층 인터뷰, 세미나 등을 통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은 뒤 펴낸 결과물이다.

연구자들은 '노오력', '노답사회', '○○충'(벌레), '탈조선' 등을 키워드로 삼아 한국사회를 분석한다. 부채에 짓눌리거나 자기계발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 끝내는 한국을 떠나 해외로 떠난 청년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청년들은 좌절하지만 무기력 하지 만은 않다. 예전처럼 깃발이나 짱돌을 들고 거리에 나서진 않지만 공존하며 더 나은 삶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누구보다 깊이, 그리고 정확하게 현실을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근교 검암에 둥지를 틀고 협동조합 방식으로 집을 구입해 살아가는 '우리동네사람들'(우동사) 청년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구성원들이 내는 월세로 대출을 함께 상환한다. 건물주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집주인답게 주인의식을 갖고 공동체를 형성한다. 구성원들이 결혼과 출산을 하게 되면서 공동육아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에는 이런 방식의 삶을 체험해보고 싶은 이들이 와서 석 달간 머물 수 있는 집 한 채도 마련했다.

연구팀을 이끈 조한혜정은 이처럼 청년 자치·협치 특구를 마련하거나 청년배당제도, 청소년을 위한 '전환학년제'와 '갭 이어'(gap year) 제도 등 다양한 대안을 시행해 보자고 주장한다.

'전환학년제'는 중학교 2학년 한 학기 동안만 실시하는 '자유학기제'를 넘어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1년 동안 학교 밖에 공간을 마련해주는 제도다. '갭 이어' 제도는 스무살이 되는 청년 모두가 여행을 떠나게 하면서 자신과 사회의 미래를 구상해보도록 한다.

기성세대나 조직에는 희망이 없고, 적당한 해법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노답사회'에서 청년들 스스로 변화할 기회를 주자는 것.

연구팀이 찾은 결론은 분명하다. 청년 문제를 청년만의 문제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기본 설계도를 다시 세우는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 시작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귀 담아 듣고 그들의 변화를 응원하는 데 있다.

"노력이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목표를 달성하려는 개인의 의지라면 '노오력'은 도달하기 힘든 목표를 초과 달성하기 위해 합법과 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가용 자원 이상의 것들을 쏟아부으라는 사회의 요구다"

더는 '하면 된다'는 식의 노력은 통용되지 않는다. '노오력'은 청년들이 스스로를 소진하고, 다른 나라로 탈출을 꿈꾸도록 만든다.

책 '노오력의 배신'은 과거의 노력과 지금의 '노오력' 사이, 그 어딘가에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해 이제는 전 사회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노오력의 배신=조한혜정·엄기호 외 지음. 창비 펴냄. 236쪽/1만 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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