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심리학 교수마저 희대의 금융사기를 당한 까닭

저명한 심리학 교수마저 희대의 금융사기를 당한 까닭

이해진 기자
2016.06.18 07:17

[따끈새책]판단의 버릇…'선택과 판단, 예측과 분석을 할 때 저지르는 8가지 인지적 실수'

2008년 12월 미국 코네티컷대학의 스티븐 그린스펀 교수가 저서 '쉽게 속는 경향에 대한 기록'을 출간했다. 저명한 심리학 교수인 그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속아 이용당하는 심리적 원인을 설명하고 속아 넘어가지 않기 위한 대처법들을 조언했다.

바로 그 얼마 뒤, 희대의 다단계 금융 사기 '폰지 사건'이 터졌다. 피해액이 무려 70조원.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린스펀 교수가 그 피해자 중 하나로 밝혀졌다. 교수는 퇴직금의 30%를 날렸는데 고수익을 내세운 펀드임에도 이를 의심하지 못하는 실수를 했다고 고백했다.

미 콜롬비아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J. 모부신 교수는 이 같은 그릇된 판단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인지적 실수' 때문이라 말한다. 저서 '판단의 버릇'에서 잘못된 8가지 버릇을 소개했다.

△외부 관점은 무시하고 내부 관점에만 집착하는 버릇 △그럴듯해 보이는 것에 만족한 채 다른 대안들은 보지 않는 버릇 △명백한 통계적 증거보다 전문가의 말을 더 믿는 버릇 △주변 사람과 상황에 휩쓸리면서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버릇 △시스템의 역할은 못 보고 개인의 능력에만 의지하려는 버릇 △상황이 달라졌는데도 예전 성공 법칙을 고수하려는 버릇 △치명적 결과를 몰고 올 사소한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는 버릇 △평균으로 돌아갈 것을 모른 채 한때의 좋은 성과가 지속할 것이라고 믿는 버릇 등이다.

예를 들어 '내부 관점에만 집착하는 버릇'은 어떤 문제를 생각할 때 특정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고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정보만 이용하려 한다. 그 결과 '나 만은 예상을 깨고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합리적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2008년 경주마 빅 브라운에 대한 팬들의 기대도 그랬다. 당시 뛰어난 기량을 뽐냈던 빅 브라운은 세 곳의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리라 점쳐졌다. 그러나 빅 브라운은 우승은커녕 꼴등하고 만다.

반면 경주마 능력 평가 위원인 스티븐 크리스트는 애초 우승 실패를 예견했다. 통계상 역대 두 개 메이저 대회를 우승한 경주마들 가운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확률은 40%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빅 브라운의 연이은 승리에만 열광한 채 통계는 고려하지도 않았다.

저자는 그러나 이 버릇들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에 체크 리스트를 만들기, 피드백을 구하기, 내가 무엇을 모르고 있을 수 있는지 점검하기 등 더 나은 판단을 내리기 위한 실천법들이 소개돼 있다.

◇판단의 버릇=마이클 J. 모부신 지음.정준희 옮김.사이 펴냄.304쪽/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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