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왜 침입의 대상이 됐나…땅의 모양이 세계의 패권을 정한다

한반도는 왜 침입의 대상이 됐나…땅의 모양이 세계의 패권을 정한다

박다해 기자
2016.08.07 07:05

[따끈따끈 새책] 국제문제 전문 저널리스트 팀 마샬의 '지리의 힘'

"만약 아프리카의 군대가 농가에서 키운 기린 고기를 먹고 커다란 코뿔소에 올라탄 기병대의 지원을 받으면서 유럽으로 밀고 들어와 그곳에서 양고기를 먹으며 시원찮은 말 등에 올라탄 병사들을 쓸어버렸다면 역사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아프리카가 발전하지 못한 이유를 대륙의 지리적인 환경에서 찾았다. 남부 아프리카는 대부분 정글과 늪, 사막이나 가파른 고원지대다. 밀이나 쌀을 재배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데다 코뿔소와 기린처럼 길들이기 어려운 짐승이 산다. 북부에는 세계 최대의 건조사막인 사하라 사막이 펼쳐져 있다.

국제문제 전문 저널리스트인 팀 마샬 역시 다이아몬드 교수의 말을 인용해 "지리가 아프리카 발전의 최대 장애물"이라고 지적한다. 그동안 세계사와 국제 관계를 '지정학'(geopolitics)과 '지경학'(geoeconomics)의 관점에서 바라봤다면 이제는 '지리'(geo)의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 의해 형성된다." 팀 마샬은 신간 '지리의 힘'에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쟁과 분열, 정치·경제적 논쟁이 지리적인 요인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세계 각 지역의 갈등과 분쟁 지역을 취재하면서 "이념은 부침을 겪지만 지리적 요소는 시간이 흘러도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폴레옹, 히틀러, 소련의 위협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졌지만 북유럽평원과 카르파티아 산맥, 북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면서까지 바다에 집착하는 이유도, 남유럽이 서유럽에 비해 재정 위기에 취약하고 미국이 초강대국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사실은 지리 때문에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한국 역시 그 위치와 지리적 특성 때문에 강대국들의 경유지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은 자못 흥미롭다. 한반도 내에는 지리적인 천연 장벽이 없어 수세기 동안 몽골, 청나라, 일본 등의 침입이 가능했다는 것.

다른 나라가 북쪽에서 침략해 온다고 해도 압록강을 건넌 뒤 해상까지 진출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지형이 없고 반대로 해상에서 육로로 진입한다고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는 복잡하지 않은 한반도의 지형 때문에 남한과 북한 사이의 인위적인 분단도 가능했다고 말한다.

책은 전 세계를 10개의 지역으로 나눠 각 지역의 지도를 먼저 보여준다. 이후 국가의 형성 단계부터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 그리고 미래의 조망까지 '지리'라는 렌즈로 들여다본다.

미래 사회도 지리적 요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구 온난화로 몰디브섬이 물에 잠긴다면 사람들의 대규모 이동이 불가피하다. 그는 아프리카 사헬 아래 지역의 사막화가 현재 추세대로 진행되면 수단의 다르푸르내전 같은 갈등은 더 악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중동의 IS(이슬람국가)가 왜 영토를 장악해가고 있는지, 영국이 왜 유럽연합으로부터 고립이 되는 길을 택했는지, 일본의 군국주의는 왜 부활시키려 하는지 궁금하다면 "지리를 알지 못하면 세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 지리의 힘=팀 마샬 지음. 김미선 옮김. 사이출판사 펴냄. 368쪽/1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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