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는 몇몇 나쁜 놈 문제"라는 남자들에게

"여성혐오는 몇몇 나쁜 놈 문제"라는 남자들에게

이해진 기자
2016.08.13 03:18

[따끈따끈 새책]맨박스…'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

지난 5월 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무참히 살해된 '강남역 살인 사건'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는 '페미니즘' 봇물이 터졌다. 거리와 온라인에는 "여성혐오를 멈춰라", "여성혐오 범죄를 근절하자"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다수 남성은 이 외침이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남성 전체를 싸잡아 '잠재적 범죄자', '여성혐오자'로 몰아가고 있다고 항변한다. 한 마디로 "나를 몇몇 나쁜 놈들과 엮지 말라"는 것. 여성혐오는 정말 몇몇 나쁜 놈들의 문제일까.

미국 사회운동가인 토니 포터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몇 해 전 그는 '테드'(TED) 강연에서 '맨박스' 문제를 지적했다. 맨박스란 사회가 남성들에게 요구하는 남성성의 굴레를 말한다. 남자는 강인해야 하고, 울어서는 안 되며 이러한 '남자다움'에서 조금이라도 비켜나면 비정상, 혹은 나약한 패배자로 낙인 찍힌다.

동시에 맨박스는 남성들로 하여금 은연중에 남성성의 반대극부에 있는 여성, 그러니까 '울어도 되고, 나약해도 용서 받는' 여성을 보호의 대상인 동시에 되도록 닮아서는 안 되는 저열한 존재로 인식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우는 건 여자들이나 하는 짓"이란 식으로.

책 맨박스는 동명의 강연이 토대가 됐다. 책에서 포터는 맨박스를 깨부수지 않는 한 선량한 남성도 '여성혐오'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역설한다. 맨박스가 남자들의 삶을 지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곧장 여성의 삶 속으로 파고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착한 남자'들도 인지하지 못하는 게 있다. 그것은 그릇된 남성성의 사회적 학습이 가정 폭력, 데이트 폭력, 성폭력, 성매매 그리고 여성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적대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남성이 착한 심성을 갖고 있다 해도 이들 또한 일련의 사회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결과 사회적 교육의 가르침대로 남성 중심주의, 여성의 비인격화, 여성 학대의 주범이 되고 만다." (15쪽)

포터는 일반 남성들에게 '여성혐오·학대'를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지 말라고 요청한다. 여성혐오는 폭넓은 남성 중심적 사고가 그 뿌리이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선 대다수 남성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그들이(남성들이) 결핍된 인간애를 되찾는 첫 계기가 바로 딸을 낳고 '우리 공주님'과 처음 눈을 맞추는 시점이다. 이게 바로 딸을 둔 아버지들이 겪는 내부 갈등이다. 딸을 둔 남성들은 자문해야 한다. '나는 내 딸이 나 같은 남자와 결혼하는 게 달가울까?'" (168쪽)

◇맨박스=토니 포터 지음.김영진 옮김.한빛비즈 펴냄.200쪽/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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