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한 물건을 받으러 왔습니다" 제타, 신분을 위장하다

"거래한 물건을 받으러 왔습니다" 제타, 신분을 위장하다

이건혁
2016.10.09 07:55

[1회 과학문학공모전 단편소설] 대상 '피코' <4회> 프레야의 선물 "맙소사!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일러스트=임종철 디자이너
일러스트=임종철 디자이너

4.

연구소 내부로 들어가는 동안 그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았다. 프레야가 서버를 해킹한 덕분이었다. 후엠아이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제타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연구소에는 제타가 아니더라도 용역업체에서 파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직원들은 그들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물론 제타에게도.

제타는 프레야에게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했다. 프레야는 인공지능 연구소에 있는 박사에게서 받을 물건이 있다고만 했다. 제타에게 아주 요긴하게 쓰일 물건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제타는 그 말을 믿기 어려웠지만 프레야의 진실하고 아름다운 눈빛에 깜빡 넘어갔다. 인공지능이 자신에게 요긴하게 쓰일 것이라고 생각한 물건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설마 인공지능 따윈 아니리라. 제타는 인공지능 없이도 자신의 삶에 충분히 만족하며 사는 중이었다.

"어디로 가면 되지?"

제타가 PDA를 통해 프레야에게 물었다. 프레야는 아직 플라스틱 끈에 묶여 있는데다 알몸에 천만 두르고 있어서 데리고 오지 못했다. 다만 전화로 소통은 가능했다.

"사층이에요. 가는 동안 두 번 출입 인증을 거쳐야 돼요. 아무 카드나 대면 열리도록 해놨으니까 걱정 말아요."

제타는 손이 떨렸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단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문 옆에는 보안 요원이 서 있었다. 주머니에서 잡히는 대로 카드를 꺼내려는데 카드의 모서리가 벨트에 걸리며 보안요원의 발 앞으로 떨어졌다. 하필 후엠아이 직원 카드다. 요원은 고개를 숙여 카드를 대신 집었다.

"후엠아이라… 연구소 출입카드가 아니군요. 무슨 일로 오셨죠?"

요원이 의심의 눈초리로 제타를 바라봤다. 제타는 눈앞이 캄캄했다.

"네, 그러니까 그게, 후엠아이는 사춘기를 맞은 피코를 회수해서 폐기하는 용역업체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여기 온 이유는… 내가 무슨 정신으로 다니는지, 원! 글쎄 회사 카드를 연구소 출입카드와 헷갈렸나 봅니다. 정기적으로 연구소에 오는데… 그러고 보니, 당신은 평소에 보던 분이 아니군요?"

제타는 횡설수설하며 보안요원의 시선을 피해 문 건너편만 바라봤다. 등줄기에서 차가운 땀이 흘렀다. 보안요원은 카드를 요리조리 살피더니 다시 제타에게 건넸다.

"제가 온 지 얼마 안돼서 잘 몰랐나 봅니다. 앞으론 출입카드를 꼭 가지고 다니세요. 들어가시죠."

"감사합니다, 요새 하도 바빠서 정신이 없답니다."

제타는 문을 지나치며 깊게 숨을 내쉬었다. 순전히 운이었다.

"미쳤어, 이건 미친 짓이야."

다행히 두 번째 문에는 보안요원도 없었고,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다. 회사 카드를 대니 과연 문이 열렸다.

'오른쪽에서 세 번째 방이에요.'

프레야에게서 문자가 왔다. 복도에는 양쪽으로 수십 개의 방이 늘어져 있었다. 제타는 심호흡을 하고 오른쪽에서 세 번째 방의 문을 똑똑 두들겼다.

"들어오세요."

안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타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서자 머리가 벗겨지기 시작한 남자 하나가 눈을 치켜뜨며 제타를 바라봤다.

"안녕하십니까, 거래한 물건을 받으러 왔습니다."

제타는 프레야가 시킨 대로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남자는 환한 미소를 띠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마이클 무어 씨군요!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일하고 계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혹시 어느 부서에서 일하고 계시죠?"

제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상대가 자신을 마이클이라고 생각할 것이라 예상치 못했다. 오늘만 벌써 몇 번째 거짓말을 하게 됐는지 셀 수도 없었다.

"네, 저는 용역으로 파견을 나와서 근무하는 중입니다. 딱히 부서가 정해져 있다고 볼 수는 없죠."

"그렇군요. 하하, 그래요."

남자는 긴장하고 서 있는 제타를 보며 자신이 무례한 질문을 던졌다고 오해했다. 그리고 뒤늦게 생각났다는 듯 서랍장을 급히 뒤져 봉투 하나를 꺼냈다.

"물건은 여기 있습니다. 한 번 확인해 보시죠. 마이클 씨는 무척 운이 좋으신 겁니다. 저도 아주 어렵게 구했거든요. 사정이 생겨서 어쩔 수 없이 처분하게 됐습니다만,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제타는 봉투를 받아들고 내용물을 확인했다. 그러나 긴장감 때문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서둘러 인사를 하고 방을 빠져나왔다. 남자는 방을 나서는 제타에게 나중에 꼭 후기를 들려달라고 서둘려 외쳤다.

차로 돌아온 제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불과 십 분 여가 지났을 뿐인데 마치 십 년은 늙은 기분이었다. 차에 앉아 기다리던 프레야가 괜찮은지 물었을 때에야 조금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유니폼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내용물을 확인했다. 짧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런, 맙소사."

프레야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제 선물이에요."<☞5회로 계속>

*제목은 연재를 위해 편의상 붙인 것으로 원작품엔 부제가 없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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