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지만 당신네 회사는 다닐 수 없겠습니다"

"안타깝지만 당신네 회사는 다닐 수 없겠습니다"

김유진 기자
2016.10.15 03:12

[따끈따끈 새책] 쥘리앵 프레비외의 '입사거부서'…"귀사에서 제안하신 일자리를 거절합니다"

"당신이 읽게 될 모든 편지는 실제로 오간 편지들이다."

한 프랑스 청년이 구직 활동을 하던 중 깊은 회의감에 빠진다. 그리고 '모든' 일자리를 거부하겠다는 생각으로, 회사로부터 거절당하기에 앞서 입사 거부의사를 밝히는 편지를 전달하기 시작한다. 프랑스와 인근의 유럽 국가에 그가 보낸 편지는 1000여 통. 그 가운데 약 5%가 회신을 보내왔으며 대부분이 입사 탈락 통보였다.

그가 어떤 편지들을 보냈는지 한 번 보자. "담당자님께. 신문에 게재된 귀사의 채용공고에서 몇 가지 오류를 발견하였습니다. 귀사는 구직자들에게 "성공적인 삶을 원한다면…"이라고 하시고는 입사 후 6~9개월간 법적 최저임금의 65%를 약속하셨습니다. 성공적인 삶과 박한 임금 사이에는 어떤 인과관계가 성립되어 있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위 편지는 책에 담긴 수많은 편지 가운데 가장 '정상적'이다. 남자는 건축 마감자재 회사의 직원공고에 "그러니까 지금 귀사에서 찾고 있는 것이…유리 절단공이라고요! 대표님,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오늘날의 현실과 시대적 상식에 걸맞은 일자리를 제안해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보내고. 시청의 건축관리직 채용공고에는 "자 바 보 뷔 코 로 카 크뤽 크락 크락…"으로 이어지는 아무 의미 없는 단어들을 잔뜩 나열한 편지를 보낸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안타깝지만 우리와 함께 할 수 없습니다"라는 형식적인 답변을 보내왔고, 일부 업체들은 "귀하께서 보내주신 '입사거부서'가 유머러스한 건 사실이지만 저희들이 종사하고 있는 직종을 조롱하는 듯한 태도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합니다"라며 "귀하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입니다(물론 귀하의 유머러스함은 유지하시면서 말입니다)"라는 답변을 보내온다.

책을 읽다보면 법적으로 지적할 거리가 숱하게 많은 대한민국의 채용 공고와 달리, 프랑스와 인근 유럽 국가들의 이력서는 조롱과 풍자로 대응해야 할 정도로 하자가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으로 한 백수 청년에서 '마르셀 뒤샹 예술가상' '시앙스포 현대예술상 관객상'을 수상한 예술가로 변모한, 청년 쥘리앵 프레비외의 유려한 문장도 읽는 맛을 더한다.

◇입사거부서=쥘리앵 프레비외 지음. 정홍섭 옮김. 클 펴냄. 144쪽/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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