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무너진 윤리'에 주목하는 책들 쏟아진다

정유년, '무너진 윤리'에 주목하는 책들 쏟아진다

김고금평, 박다해 기자
2016.12.31 05:21

[2017년, 어떤 책 읽을까] 심리학보다 철학, 미시 역사관, 4차산업혁명에 귀 기울이다

극심한 여성 혐오 논쟁, 국정 교과서 논란, 국정농단에 이은 대통령 탄핵 가결…. 수많은 논쟁과 혼란 속에 도서 시장도 바쁘게 움직였다. 2016년 출판계의 화두가 ‘뜻밖에’로 모일 만큼 뜻밖의 사건에 뜻밖의 책들이 불티나게 팔렸다.

한강 작가의 맨부커상 수상 소식에 ‘채식주의자’가 종합 1위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국정농단의 여파로 '세월호' 참사를 다룬 김탁환의 ‘거짓말이다’도 가파른 판매율을 보였다. 국정 교과서와 국정 농단 여파로 강사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등 과거의 경험에서 지혜를 얻는 역사책들이 인기를 얻었다.

정치적으로 불안한 상태가 가속화 할 2017년, 우리는 또 어떤 뜻밖의 책들과 만나게 될까. 교보문고와 예스24, 출판사 대표들의 분석과 전망을 통해 도서의 흐름 방향과 추천 책을 미리 만나봤다. 2016년에 미처 읽지 못한 책을 포함, 새로운 해를 맞이하며 도서계획을 세워보자.

심리학보다 철학…“무너진 윤리에 주목”

좀처럼 열기가 식지 않았던 ‘미움받을 용기’ 같은 심리학책의 기세가 꺾이고 도덕을 중시하는 ‘철학’이 새로운 조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을 지배한 충격적인 국정농단의 실체를 매일 확인하면서 도덕과 윤리라는 가치가 어느 때보다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

배철현의 ‘심연’, 김형석의 ‘백년을 살아보니’ 등 철학 에세이와 공자, 니체 등 철학자 입문서들이 2017년에도 꾸준한 인기를 얻을 전망이다. 시민윤리의 붕괴, 성차별, 여성 혐오, 양극화 등 기초 정신 시스템이 무너진 데 따른 위기감의 반영이 ‘위로’ 중심의 심리학에서 ‘도덕’ 중심의 철학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는 “‘세월호’ 이후 지배계급적 폭력으로 사람들은 집단적 자괴감에 빠져들었고, 철학자 우치다 타츠루의 지적처럼 ‘세계에는 조리가 있을 것이라는 소박한 믿음에 금이 가는 경험’을 자주 할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며 “‘리셋의 철학’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엄기호의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와 김민섭의 ‘대리사회’, 김민하의 ‘냉소사회’ 등 직관적 위기 감지 능력을 기르거나 자괴감의 정체를 밝히는 책을 추천했다.

양대 서점 MD(상품기획자)가 공통으로 꼽은 기대 신작은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 인류의 탄생과 진보를 중점적으로 다룬 전작 ‘사피엔스’로 전세계에서 열풍을 일으킨 하라리는 이번엔 ‘호모 데우스’로 인류의 미래를 풀어낸다. 죽음을 극복하고 AI(인공지능)를 창조하는 다양한 모습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창조 인문학 전도사’로 꼽히는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도 기대작으로 꼽혔다. 문화예술분야 인재육성기관인 건명원의 초대원장 최 교수가 그곳에서 진행한 철학강의를 묶었다. ‘배우는’ 철학이 아닌 ‘생각하는’ 철학이야기다.

‘미시 역사관’에 집중…“재미보다 통찰”

국정 교과서 논쟁이 거세지면서 2017년은 어느 때보다 한국사에 대한 다양한 기술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체적으로 역사를 조망하는 거시 역사관보다 특정 시대나 사건, 역사 인물을 중점적으로 분석하며 현재와 비교하는 미시 사관들이 앞다퉈 출간될 예정이다.

2016년 인기를 끌었던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처럼 긴 시기의 역사를 쉽게 편안하게 다루는 것보다 더 깊고 집중적인 역사서들이 쏟아진다.

배소라 출판 컨설턴트가 꼽은 ‘고대 중국에 빠져 한국사를 바라보다’(2016)는 객관적인 고대사 인식을 통해 우리 역사 인식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고 정직한 역사를 위한 역사가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울편’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특정 인물을 집중 분석하는 소설 ‘이순신 어머니’(가제, 2017년 4월중)도 기대작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특정 인물을 집중 분석하는 소설이다.

이익재 교보문고 MD는 ‘헌법의 상상력’을 기대작으로 꼽았다. ‘역사전쟁’의 저자 심용환이 헌법의 역사를 통해 한국사를 반추하며 미래의 청사진을 그린 책이다.

과학이 지배하는 ‘4차 산업혁명’…“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등 고전 과학책들이 2016년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에 올랐다. 인공지능과 유전자 조작 등 과학 연구 분야가 사회윤리와 정치적 문제로 최근 이슈화하면서 인문학과의 경계도 모호해졌다. 과학이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과학이 만드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눈앞에서 벌어지면서 과학책을 이제 ‘교양’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인문학적 개념을 토대로 새로운 교양으로서 해석한 과학 도서들이 2017년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4차 혁명시대, 전문직의 미래’는 빅데이터, AI, IoT(사물인터넷) 등 과학을 소재로 의사, 변호사 등 인간 전문가가 어떻게 살아남을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안겨주는 과학서이자 경영서다. 클라우스 슈바프의 ‘제4차 산업혁명’, 토마스 슐츠의 ‘구글의 미래’, 박영숙 교수의 ‘세계미래보고서 2055’도 주목할 만하다. ‘세계미래보고서 2055’는 AGI(인공일반지능), 유전자 편집 기술, 뇌 임플란트, 바이오 4D(4차원) 프린팅,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이 가져올 세상의 변화를 보여준다.

아날로그의 귀환…수동적 소비자에서 능동적 창조자로

디지털과 현실 세계의 경계가 희미한 지금 시대, 우리는 ‘인간다운’ 일에 대한 활동을 더욱 욕망할 수밖에 없다. 구체적인 실물 감각에 대한 활동이나 상품을 추구하는 경향은 2017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수동적인 소비자에서 능동적 창조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반영하듯, 가벼운 창조나 예술 활동을 위한 가이드북이 독자들의 시선을 끌 것으로 보인다.

김형보 어크로스 대표는 “지금 바로 내 손으로 느끼며 구체적인 현실의 물건으로 만드는 ‘내 손의 발견’이 화두가 될 것”이라며 “컬러링 책이나 필사 책의 유행이 계속되는 건 아날로그에 대한 강한 향수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릴리쿰의 ‘손의 모험’, 전순옥의 ‘소공인’, 리처드 세넷의 ‘장인’ 등이 그가 꼽은 책이다.

‘심플 라이프’ 통한 위로 받기…“힐링 키워드 부활”

혼돈의 시대, 책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원하는 독자들의 바람은 2017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생각을 비우고, 감성적 언어와 소통하는 위로 키워드가 대선으로 얽히고설킨 복잡한 정치 상황에서 다시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혜민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을 비롯해 전승환의 ‘나에게 고맙다’, 김수민의 ‘너에게 하고 싶은 말’ 등 2016년 주목받은 힐링 에세이가 다시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이며, 간결한 그림 에세이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적 문구들이 적힌 시집들이 단순한 삶을 원하는 이들의 구미를 당길 예정이다.

이밖에 ‘까칠한 교수’에서 ‘고양이 집사’로 변신한 진중권의 수필집(‘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이나 신영복 선생 타계 1주기를 맞아 출간되는 유고집(‘만남, 신영복의 말과 글’), 20세기 후반 가장 중요한 페미니스트로 꼽히는 저메인 그리어의 책 ‘완전한 여성’도 상반기에 나온다. 그의 첫 저서 ‘여성, 거세당하다’의 후속작으로 차별과 착취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서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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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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