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결과에 따라 영화 줄거리와 배역 바꾼다

알고리즘 결과에 따라 영화 줄거리와 배역 바꾼다

김고금평 기자
2018.10.26 06:21

[따끈따끈 새책] ‘잠들지 않는 토끼’…1등 기업을 만드는 기계 뇌의 비밀

미국 야후 뉴스에 등장하는 미식축구 기사는 모두 오토메이티드 인사이트가 제공하는 것이다. 2013년 총 3억 건의 기사와 보고서가 2016년엔 15억 건으로 늘었다. 1초에 1.6개꼴로 생성된 막대한 양은 기자들을 아무리 많이 모아도 대항하기 힘든 속도였다.

60년 이상 역사를 자랑하는 양조장인 아사히주조는 미·일 회담 때 아베 일본 총리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술인 ‘닷사이’를 만든 곳이다. 하지만 이 술엔 전통적인 사케 장인인 도지나 쿠라비토가 없었다. 그 자리를 꿰찬 건 10년 이상 모은 데이터였다. 수분 흡수 비율이나 공정의 온도 등을 소수점 이하까지 신경 쓴 덕분에 훌륭한 맛을 재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데이터 시스템을 갖춘 세계 일류 그룹인 구글과 아마존 얘기는 이제 상식으로 통하지만, 거의 모든 영역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이 침범할 것이라고는 좀처럼 예상하기 힘든 수순이다.

산업혁명 이후 경제 패러다임을 가장 강하게 변화시키는 주인공은 기계다. 데이터와 인공지능, 딥러닝 등 기계가 꾸리는 새로운 ‘판단의 시대’가 현실의 판을 새로 짜고 있다는 뜻이다.

저자는 “‘증기기관 혁명’이라고 하지 않고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인공지능 시대’가 아닌 ‘기계 뇌의 시대’로 불러야 한다”며 “하나의 기술에 국한된 혁명이 아닌 광범위한 사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돈 노 와이’(Don’t know why)로 유명한 재즈 가수 노라 존스가 그래미상 8개 부문을 석권했을 때 타고난 재능의 결과로 보는 이들이 많았지만, 사실 그는 무명 시절 폴리포닉 HMI라는 기업의 ‘알고리즘에 의해 발굴된’ 아티스트였다.

할리우드 영화계로 눈을 돌리면 더 가관이다. 한 영화 제작사가 영국 회사 에파고긱스에 영화 흥행 수입 예측을 의뢰했다. 영화 각본 9편을 이 회사 알고리즘을 통해 실제 흥행 수익과 예측값을 분석한 결과 9개 중 6개 예측이 적중했다. 영화사는 이 중 한편에서 1억 달러 이상 수익을 기대했으나 실제 수익은 4000만 달러였고, 예측값은 4900만 달러였다.

이를 통해 영화 제작사는 1초도 촬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알고리즘 분석을 토대로 줄거리와 배역을 바꾸는 등 흥행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사람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알고리즘이 제안하는 방식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성큼 도래한 셈이다.

‘기계 뇌의 시대’는 말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통계 기술과 컴퓨터 과학이 지켜온 증명된 비즈니스 룰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활용해온 통계학과 주류로 떠오르는 기계 학습은 근본적으로 다른 기술이다.

통계학은 다양한 데이터의 평균적인 특징만 잡아내지만, 복잡한 소수의 특징에 대해선 고도의 판단을 내릴 수 없다. 기계는 스스로 학습하는 단계로 진입하기에 전통 기술과 차원이 다르다.

또 하나의 차이는 진화 속도다. 기계 학습은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이를 결과에 잘 반영할 수 있어 그간 겪어보지 못한 상황 대처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이솝 우화 ‘토끼와 거북이’에서 토끼는 방심하며 걸음을 멈췄지만, 알고리즘은 방심하지도 않고 지지치도 않아 계속 자동으로 개선할 수 있다. 저자가 진화속도가 빠른 기업을 ‘잠들지 않는 토끼’라고 부르는 이유다.

‘생각하는’ 기계 시스템의 변화는 기업 전략뿐 아니라 개인의 경력과 능력 개발에도 영향을 미친다. 마차의 시대가 끝나고 자동차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설계, 제조, 수리 등의 일자리가 더 많아진 것처럼 기계 시대에도 변화된 상황에 맞는 일자리가 요구된다.

이 시대에 우대받는 직업은 데이터 과학자만이 아니다. 기계 뇌를 구축하고 활용하는 일은 개인 경기가 아니라 팀 경기여서 데이터 과학과 비즈니스를 이어줄 사람도 더 많이 필요해진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유사 이래 기술 발전에 따라 직업의 종류가 바뀌었을 뿐 할 일이 사라진 적은 없었다”며 “목적을 결정하는 인간의 의사와 실행을 위한 고민 등 기존보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한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잠들지 않는 토끼=가토 에루테스 사토시 지음. 이인호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276쪽/1만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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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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