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이 지나도 ‘창의력’의 화신…‘스스로 천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500년이 지나도 ‘창의력’의 화신…‘스스로 천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김고금평 기자
2019.03.29 03:30

[따끈따끈 새책] ‘레오나르도 다빈치’…인간 역사의 가장 위대한 상상력과 창의력

지금까지 이런 창의력은 없었다. 인문과 기술의 영역을 조합하며 21세기 가장 위대한 창의력의 소유자로 꼽히는 스티브 잡스도 이 사람을 롤모델로 꼽고 72쪽의 다빈치 노트를 3080만 달러(한화 350억원)에 구입한 빌 게이츠도 이 선구자에게 존경심을 아끼지 않았다.

잡스는 “예술과 공학 양쪽에서 모두 아름다움을 발견했으며 그 둘을 하나로 묶는 능력이 그를 천재로 만들었다”고 치켜세웠다.

올해 타계 500주년을 맞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얘기다. 스티브 잡스 전기를 쓴 저자 월터 아이작슨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창의에 영향력을 끼치는 15세기 주인공을 어김없이 소환했다. 다빈치가 남긴 7200페이지 분량의 노트를 연구한 결실이다.

저자는 그를 타고난 천재가 아닌, 끊임없는 호기심을 상상력과 노력으로 해결하며 스스로 천재가 된 인물로 묘사한다. 아이작슨은 “그에게 천재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특별한 인간으로 만듦으로써 그의 가치를 축소할 수 있다”며 “그의 천재성은 인간적 성격을 띠고 개인의 의지와 야심을 통해 완성됐다”고 말했다.

다빈치는 학교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고 라틴어를 읽거나 복잡한 나눗셈을 할 줄 몰랐다. 그에게 드러난 남다른 재능이란 호기심이나 치열한 관찰력이 조금 더 뛰어났을 뿐이다. 저자는 “그의 걷잡을 수 없는 상상력은 공상과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다빈치는 몇 세기를 앞당겨 산 인물이었다. 의학, 치과학, 해부학, 생물학 등 온갖 학문을 스스로 알아내 연구하고 기록했다. 갈릴레이보다 1세기 앞서 과학혁명의 단초를 찾았고 인체 해부도의 형식도 개척한 인물이다.

그의 노트에는 동맥경화증을 설명한 사례로 볼 만한 기록도 남아있다. 혈액계의 중심이 간이 아닌, 심장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그의 이 같은 업적은 공식적으로 발표되거나 출간되지 않았기에 이후 혁신가들이 다시 발견할 때까지 길게는 400여 년을 기다려야 했다.

해부를 통해 한참 전에 그린 그림 속 인물의 근육 묘사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수정하기도 했다. 미소를 만들어내는 근육을 해부한 노력이 ‘모나리자’의 아름답고 신비한 미소를 그려내는 데 한몫했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논거다.

잡스가 기술에 새로운 디자인(예술)을 입혀 IT 업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듯, 다빈치 역시 미술에 과학을 입히는 상상력의 기술로 시대를 이끌었다. 소위 ‘르네상스의 전형’이 된 과학과 예술의 단적인 사례는 작품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이다.

정사각형과 원 안에 팔다리를 활짝 뻗은 완벽한 비율의 남자 그림을 통해 자연의 무한한 조화들이 서로 엮여 경이로운 패턴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증명해 창의력의 화신이 됐다.

다빈치는 재능뿐 아니라 멋진 외모, 근육질 몸매, 다정한 성격으로 유명했다. 동시대를 산 저명한 지식인 수십 명의 편지에서 그는 소중하고 사랑받는 친구로 언급됐다. 하지만 그는 사생아이자 동성애자였고 쉽게 산만해지거나 이단적이었다.

15세기 피렌체가 번영을 누린 배경에는 이런 사람들을 기꺼이 포용한 문화와 다빈치의 끈질긴 호기심과 실험 정신이 조화롭게 엮였기 때문이다.

16세기 화가 조르조 바사리에 따르면 다빈치는 무엇보다 자신이 가진 것을 타인과 나누는 사람으로 유명했다. 게다가 필요 이상의 돈을 벌려고 애쓰기보다 지식 추구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 지식에 대한 욕구가 전혀 없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글을 노트에 적었을 정도다.

현재보다 미래를 내다보며, 우주의 과학적 원리를 인간 삶에 적용하며 유한한 인간의 존재론을 제시한 그는 실용 없는 호기심이나, 공상만으로 구현한 예술의 가치를 배척하며 ‘창의적 존재’로 역사화했다.

위대한 인간적 천재의 일상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친구에게 쓴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자네와 나는 우리가 태어난 이 세상의 놀라운 수수께끼 앞에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서 있는 일을 멈춰서는 안 되네.”

◇레오나르도 다빈치=월터 아이작슨 지음. 신봉아 옮김. 아르테 펴냄. 720쪽/5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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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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