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향이 20년째 뮤지컬을 즐기는 이유

김소향이 20년째 뮤지컬을 즐기는 이유

김고금평 기자
2020.08.21 05:30

[인터뷰] 뮤지컬 ‘마리 퀴리’의 김소향…대학로에서 첫 여성 원탑극 “애교쟁이에서 투사로 변해”

뮤지컬 '마리 퀴리'에 출연 중인 배우 김소향. 그는 "초연 때보다 이번 '마리'가 여성보다 과학자로서의 냉정한 모습을 더 많이 투영했다"고 말했다. /사진=김고금평 기자
뮤지컬 '마리 퀴리'에 출연 중인 배우 김소향. 그는 "초연 때보다 이번 '마리'가 여성보다 과학자로서의 냉정한 모습을 더 많이 투영했다"고 말했다. /사진=김고금평 기자

‘루드윅’의 마리 슈라더, ‘마리 앙투아네트’의 마리 앙투아네트 등에서 입증됐듯, 그간 ‘마리’ 역하면 떠오르는 섭외 ‘0순위’ 뮤지컬 배우가 김소향이다. ‘마리 퀴리’를 무대에 처음 올릴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게 지난 2월 초연을 시작한 ‘마리 퀴리’는 탄탄한 서사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웰메이드 반열에 올랐다. 그 중심에 ‘마리 전문배우’ 김소향의 역할과 존재를 배제할 수 없다.

오는 9월 27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이어지는 두 번째 ‘마리 퀴리’에서도 그의 호명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최근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난 김소향은 “제작사 대표님이 ‘마리’ 역인데, 김소향 아니면 안 된다고 했다”면서 “그 말에 엄청 힘 받아서 더 감사한 마음으로 무대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다”고 말했다.

‘마리 퀴리’는 방사성 원소인 폴로늄과 라듐의 발견으로 노벨상을 2회 수상한 최초의 과학자 얘기로, 당시 여성 과학자로 겪어야 했던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과 라듐의 위해성을 둘러싼 과학자의 고뇌를 완성도 높은 서사로 그린 창작 뮤지컬이다.

초연 당시 네이버 TV 공연 실황 중계로 21만뷰를 달성한 데 이어 지난 17일 재연 무대의 네이버 TV 공연 실황 중계에선 58만뷰를 기록할 만큼 뜨거운 인기를 증명했다.

뮤지컬 '마리 퀴리'의 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 역 김소향. /사진제공=라이브
뮤지컬 '마리 퀴리'의 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 역 김소향. /사진제공=라이브

“뮤지컬 경력만 20년이 다 됐는데, 이제는 창작 뮤지컬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어요. 외국의 훌륭한 작품을 가져와 소화하는 배우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지난 경험을 통해 무언가 만들어내는 데 일조할 수 있는 것도 큰 기쁨인 것 같아요. 게다가 뭔가 시도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스타일도 아니어서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즐거움도 커요.”

창작 뮤지컬을 하면서 가장 가슴 뛰게 하는 순간은 후배들이 던지는 멘트 한마디. 김소향은 “후배들이 공연 보러 많이 오는데, 특히 여배우들이 ‘언니, 저 하고 싶은 롤이 생겼어요’ 라는 말 들을 때 정말 기분이 좋다”며 “관객,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공연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많다”고 강조했다.

재연의 마리 퀴리는 초연 때와 어떻게 달라졌을까. “초연 때 돌아보니, 애교나 러블리한 모습들이 의도하지 않게 많이 나온 것 같더라고요. 보완할 점은 역시 과학자로서의 모습이었어요. 그래서 웃음기를 줄이고 담백한 모습을 그리려고 노력했죠.”

이번 ‘마리 퀴리’는 김소향에겐 여러 면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대학로로 옮겨온 첫 여성 원탑극이라는 점이 우선 그렇다. 일반적으로 대학로 무대는 남자 1명, 여자 2명 구성으로 꾸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을 통해 비로소 여성이 주인공이 되는 첫 발자국을 새긴 셈이다.

“다른 하나는 여성성에 의존하지 않고, 업적의 평가에 주목했다는 거예요. 물론 엄마나 여성의 역할이 분명 존재하지만, 라듐을 통해 과학적으로 위대한 진전을 실현하려 한 인물의 업적을 더 조명한 부분이 큰 의미로 다가왔어요. 마리 퀴리는 그런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노벨상 2번째 탈 때 마리에 대한 사생활 논란이 있었는데, ‘상은 과학자의 업적에 주어지는 것이지, 과학자의 사생활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얘기했어요. 과학자로서 우뚝 섰느냐 그걸 조명하는 것이 저의 큰 숙제였던 셈이에요.”

실생활에서도 마리 퀴리의 영향은 적지 않다. 김소향은 “나라는 사람은 애교도 많고 밝은 캐릭터인데, 점점 투사로 변해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며 “어떤 일에 대해 최소한 대화를 하거나 왜 그런지에 대한 이유를 관철하려는 성향이 생긴 것 같다”고 웃었다.

뮤지컬 '마리 퀴리'에 출연 중인 배우 김소향. /사진=김고금평 기자
뮤지컬 '마리 퀴리'에 출연 중인 배우 김소향. /사진=김고금평 기자

그는 인터뷰 내내 출연 중인 마리 퀴리 역을 설명하면서 그 캐릭터에 한참 빠져있었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어떤 여자가 무대 위에서 실제적으로 구현되고 캐릭터화되는 게 너무 뿌듯하다”고 했다.

“마리가 라듐을 찾고 이름을 남기고 싶은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제가 만든 캐릭터가 나이면서 내가 아니고 남도 연기하며 계속 이어지는 게 이상한 희열을 안겨줘요. 때론 관객의 눈을 보면서 저와 같은 감정을 느끼거나 같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 잊히지 않아요. 뮤지컬을 끊을 수 없는 이유예요.”

김소향은 가장 좋아하는 극 중 가사로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 가보자/널 가둔 구덩이에서 나와~’(‘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 중에서)를 꼽았다. 지금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겪는 관객, 공연 취소로 생계까지 위협받는 동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 때문이란다.

“저도 구덩이에서 허덕일 때가 많았어요. 그 가사를 부를 때 루이스가 천으로 눈을 가리는데, 그 밑으로 떨어지는 눈물을 보게 돼요. 저 자신을 포함해 모두에게 이 말이 위로가 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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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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