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울 중구문화재단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들

서울 중구문화재단의 '꿈의 오케스트라'가 지난달 27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미국 뉴욕대 캠퍼스에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문예교육진흥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과 함께 마련한 '2024 코리아시즌 UAE' 무대에서 역대급 협주를 선보였다. 아부다비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닷새간 준비한 이번 합동공연은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강렬한 인상과 잊지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이달 9일 인터뷰를 위해 만난 자리에서도 '아부다비 앓이'가 채 가시지 않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머나 먼 중동 낯선 나라를 다녀왔다는 여행에 대한 막연한 추억은 아니었다는게 공통된 반응이다. 공연과 연습 과정에서 아부다비 청소년 단원들, 현지 프로 음악가들과 치열하게 고민하며 더 큰 음악세계로 나아가는 동시에 일종의 꿈을 찾는 관문을 처음으로 경험한 청소년기의 들뜬 흥분과 성장통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15명의 단원과 5명의 선생님으로 구성된 '꿈의 오케스트라'는 짧지만 강렬했던 이번 공연 과정을 통해 새삼 음악을 하는 기쁨과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많은 단원이 눈물을 흘렸을 정도로 어려웠던 연습과정을 거친 성공적인 연주는 새로운 음악세계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네 악단' 청소년 연주자가 '레벨 업'을 거쳐 '음악가'로 향하는 '꿈'을 꾸게 한 그들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셈이다.

5년째 '꿈의 오케스트라'를 맡고 있는 서홍준 음악감독은 "성공적인 교류 연주를 만들어 내는게 가장 큰 목표였다"고 운을 뗀 뒤 "첫 무대 'Suite di Festa ROK'라는 작품은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우리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곡이라 판단해 재작곡과 편곡 과정을 거쳤다"면서 "교민들에게 한국에 대한 향수를 달래주면서도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리고, 한국적 음악이 어떤 것인지 부각시키겠다는 의무감으로 이 작품을 연주했다"고 소개했다. 'Suite di festa'는 축제음악, ROK는 한국을 뜻하는 영문 약자와 발음상 '락'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아부다비 오케스트라는 비싼 레슨을 개별로 받고 전문 음악인을 양성하는 곳이라 유명 악단과의 교류도 자주 해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어려보여 처음에는 믿음직스럽지 않았을 것 같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우리 단원들도 생소한 환경과 새로운 상황에 당황했지만 잘 견뎌줬고, 무대 당일 단원들의 표정에서 결연함까지 보이면서 역대급으로 연주를 잘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서 감독은 "우리는 즐겁고 행복하게 하면서도 잘하는 오케스트라이고 선생님과 학생이 소통하는 곳으로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서포터가 돼 단원들이 주체가 되는 오케스트라를 지향한다"며 "합동공연 경험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 있게 연주하는 아이들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그렇게 교육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언어 소통이 어려워도 음악이 만국 공통어가 된다는 것을 통해 음악인으로서 자부심과 음악의 위대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국고 지원이 없어지고 자립해야 하는 '꿈의 오케스트라'의 향후 활동에 대해서도 "다양한 국내외 연주를 본격적으로 시도하려 한다"며 "6년 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늘 그래왔듯 새롭고 연주되지 않았던 레퍼토리를 구성해 중구 대표 청소년 오케스트라, 서울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를 만드는게 목표"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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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명 단원 모두가 울고 웃으면서 만든 사연들도 감동을 자아냈다. 현지 아부다비 음악감독에게 영화 '위플래시' 주인공인 플래처 수준의 혹독한 지도를 받았다는 첼로연주자 엄은희(14세) 단원은 "'다시', '다시'를 반복할 때마다 자존심도 상했고 울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더욱 잘하고 싶었고 지적을 받다 보니 오히려 긴장감도 사라지면서 '더 열심히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바뀌었다"며 "'음악은 음악으로 소통한다'라는 생각으로 연주했고 잘 마쳐서 뿌듯했다"고 회고했다. 또 "'꿈의 오케스트라'에 들어오고 음악적 감각이 풍부해져 원래는 계이름도 몰랐는데 여기와서는 다른 사람의 소리도 듣게 되고 혼자 조율도 잘하게 됐다"며 "의사 표현을 확실하게 잘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는데 친구들과 생활하고 계속 연습하고 아부다비도 다녀오면서 의사표현도 잘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고등학교 진학으로 오케스트라를 떠나게 되는 플루트연주자 이현재(16세) 단원은 빡빡한 스케줄로 몸 상태가 안 좋은 상태에서 연습과 공연에 임해야했다. 그는 "공연 당일에 악기 상태가 안 좋아서 너무 슬퍼서 엄청나게 울었던게 기억에 남는다"며 "선생님 악기를 빌려서 했는데 아부다비 플루트연주자들이 너무 잘했고 저 역시 공연을 잘 마쳐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고 떠올렸다. 또 "무대에 올랐을 때 잘해야겠다는 생각때문인지 체하기도 해서 속이 울렁대고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 그래서인지 악기 불기가 엄청 힘들었다"며 "솔로 부분은 어쩔수 없이 다른 친구에게 넘겼고 마치고나서 평소보다 기량 발휘가 안됐다"며 속상해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기 전에는 놀지도 않고 학원만 다녔는데, 지금은 애들이랑 엄청 친해지기도 했고 연습날만 기다려진다"고 미소를 지었다.
클라리넷연주자 이도영(14세) 단원은 "끝내고 나서야 '내가 해외에 나와서 연주를 했구나'라는 기쁜 마음과 다 끝났다는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며 "오케스트라에 들어 온 후 음악을 더 자세히 알게 됐고 음악을 하며 교양도 쌓고 함께 연주하는 것에 대해 책임감과 뿌듯함이 생긴 점이 달라졌다"고 당시 느낌을 전했다.

단원들을 지도하는 강사들에게도 이번 공연의 의미는 남달랐다. 트렘펫연주자로 6년째 단원들을 지도 중인 박청 강사는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음악이 시작된다'는 말이 너무나도 가슴에 와닿는 경험이었다"며 "서로 다른 언어지만 상호 간에 교류가 확실하게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연주를 하면서 아부다비 측 트럼펫 파트 친구들에게 미흡한 부분에 대해 숙제도 내주고 합주 중 친구들이 질문도 많이 했는데 연주가 끝난 후 모두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을 보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도 했다.
박 강사는 "아부다비 친구들이 주입식이 아닌 주체적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걸 보면서 학생이 주체적으로 실력향상 할 수 있도록 하는 흥미있는 교수학습법을 연구하고 있다"며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플루트연주자인 오주희 강사는 "연습과정에서 아부다비 음악가들에게 점점 인정받는 우리 단원들을 보면서 뿌듯했고 시차적응도 안 된 상태에서 언어도 통하지 않았지만 기죽지 않고 새벽까지 연습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는게 눈에 보였다"며 "'여기와서 각성하고 프로음악가가 됐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와 자랑하고 싶은 정도로 훌륭하게 집중력있게 프로처럼 연주를 해줬다"고 단원들을 치켜세웠다. 오 강사는 "곧 자립을 앞두고 있지만,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이 좋은 프로그램을 조금은 더 지원해줬으면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트롬본연주자 조재형 강사는 "다양한 곳에서 연주를 해봤지만 (아부다비와 같이) 먼 곳에 프로가 아닌 학생들을 데리고 가서 하는게 쉽지 않은건데, 공연 당일 중구 아이들이 피땀 흘려 노력해서 그런 훌륭한 퀄리티를 냈다는게 놀라웠다"며 "'꿈의 오케스트라가 정말 잘 성장했구나', '여기는 꼭 필요한 교육기관이구나'라는 걸 알게됐다"고 말했다.
문예교육진흥원이 주관·운영하는 '꿈의 오케스트라'는 지역 아동·청소년들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하나씩 악기를 맡아 음악을 연주하는 정부의 대표적인 예술교육 정책사업이다. 15년째 성공적으로 이어지면서 전국에서 49개 '꿈의 오케스트라'가 활동 중이다. 아울러 '꿈의 무용단', '꿈의 극단' 등 다른 예술분야로도 관련 정책이 확대되고 있다.
박은실 문예교육진흥원장은 "이번 공연을 통해 '꿈의 오케스트라'가 국내를 넘어 국제 문화예술교류의 주체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한국 문화예술교육의 성과를 국제사회에 적극 알리고, 양국 청소년 간 지속적인 문화교류와 협력의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